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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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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혼 합헌! 법제화 속결!

빠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달이 넘어가기 전에는 일차적으로 정리될 전망입니다.

캐스터는 발랄한 톤으로. 마치 내일 아침은 비가 내리겠지만 오후쯤부터는 그치겠지요, 라는 말을 하듯.


중의원 해산보다 빠르군. 식사 후 커피 한잔을 마시던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왜일까요? 시사 방송들에서는 시답잖은 뉴스꼭지를 쉴새없이 퍼붓고 있었다. 게스트 연예인들의 한마디 한마디들이 녹화되어 퍼날라졌다. 누구의 심기도 거스르지 않을 법하고 여타 인터넷 뉴스에서 왜곡하려 해도 잡을 구석 없게 매끄럽게 다듬어진 개념 있는 말들.

왜긴 왜야. 제3의 성이 밝혀졌으니까지. 담배연기 부옇게 떠오른 술집에서 식탁에 팔꿈치를 괸 채로 누군가 또 읊조렸다. 너 검사 받았어? 아 귀찮아서... 너는? 회사에서 단체로 날 잡아 준다 했어. 프리랜서는 귀찮겠군. 난 공문 뜨자마자 받고 왔는데? 엣?

전 축구 선수 출신, 현재 J리그 1군 승격을 목전에 두고 있는 모 구단 감독, 이시카와 씨가, 제1호 연예계 동성 결혼을 발표했습니다. 상대는 아역 출신, 중견 배우, 남우조연상 수상 경력의 사쿠라이 씨.

세간의 주목이 폭격처럼 떨어진다. 그런 건 원치 않았지만 불가피하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쿠라이는 흰 수트. 남편의 셔츠 깃을 다듬어주는 장면이 누군가의 카메라에 잡혔다. 알바생이 발랄한 톤 뒤의 피곤함을 숨기지도 않고 서빙했다. 츠쿠네 한개여. 예이.

근데 저 뉴스 분명 내가 아침에 급하게 지금 장애 터져서 좆됐으니 당장 튀어나오라는 메일을 읽지도 못하고 자다가 알람보다 거세게 울리는 전화를 세 번째에서야 받았을 때. 미처 끄지 못한 채로 그때까지 켜져 있던 테레비에서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속보처럼. 그럼 지금은 뭐지. 오늘 새벽 다섯 시에 공개했을 건데. 그렇다면 오후 두시쯤 기자회견을 했을 거다. 정신병자 양성소처럼 똑같은 장면을 무한히 반복해준 덕에 구석에 조그맣게 달린 오늘 1시 57분이라는 숫자를 본다. 뻔하다 뻔해.

“뭘 그렇게 봐?”

“에.. 뭔가 신기해서..”

“흠..”

“저거 분명 오늘... 그럼 아직 결혼... 뭐야... 혼인신고는 안 했다는 거 아니야? 아직 합법... 뭐... 가능한 건가?”

“퍼포먼스지 뭐... 연예인들은 참 불쌍해? 저런 데에 이용당하는 거잖아... 어쨌든 정치적으로...”

“어디지? 그 국회의원 아들이 검사했더니 오메가 떠서 결혼시키려고 법 빨리 만들라고 한 거라던데...”

다들 알딸딸해진 상태라 말끝이 흐려지고 있다. 나도 제정신은 아니다. 왜냐면.

결혼 발표를 위해 옷매무새를 다듬은 채로 남편 될 사람의 옷깃을 잘 당겨 빳빳하게 해 주는 사람을 테레비 화면 너머로 보고... 엄청 꼴렸기 때문이다...


쩝. 젓가락으로 츠쿠네를 꼬치에서 빼내 반절을 노른자에 찍었다. 소금간을 참 잘하는 알바생이 지금 있는 듯하다. 안주빨 그만 제껴야 내일 덜 힘든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잔이 비우면 알바생들은 알아서 꽉 찬 잔으로 되돌려주었다. 면식 있는 알바생이 자리에 왔을 때 난 그 알바생 팔뚝을 냉큼 붙잡고는 임마! 하고 소리쳤다. 너 임마! 취객한테 술 더 팔아서 임마. 우리를 파산시킬라고. 그러자 알바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내 손을 털어냈다. 형님 무슨 소리세요? 들어오면서 잔 비우면 오카와리 하라매요? 임마. 장난이야... 츠쿠네를 하나 더 가져오게...

젓가락질을 하면서 계속 테레비를 봤다. 아까 함바그가 되기 이전의 다짐육들처럼 다 터져 있던 프로젝트 상태보다도. 재미없는 현장검증 vtr들이 아무리 흘러나와도. 심야 시간을 이용한 무례한 버라이어티에 신인 아이돌들이 쩔쩔매는 것보다도. 그 장면 하나가 도무지 머리를 떠나지 않는 거다. 지금 내가 안주를 넘기는지 남자를 넘기는지도 모르게...

사쿠라이네 집안이 되게 뭐 있는 집안이래매... 아까 맥주를 엎어서 팔꿈치가 젖어 있는 이시이가 취객 특유의 볼륨 조절 되지 않는 목소리로 얘기해도 주변 테이블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 테이블들도 다 그 뉴스 얘기. 오메가니 알파니 베타니 하는 제3성 얘기. 검사 권고가 떨어진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무슨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 같다. 알파라고 생각했겠지! 당연히. 장남이고 하잖아. 그래서 결혼시켜버리는 거 아냐?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우츠미가 비웃었다. 뭔소리야... 십년 사귀었다는데? 그런 거 당연히 거짓말이겠지...

유야무야 대화는 끝난다. 마시다 보니 졸리고 졸리니 귀가해야 했다. 이미 애가 둘이나 있는 이시이는 와이프에게 내 이름을 대고 싹싹 빌어야겠다고 했다. 술 마시다 새벽 세 시에 들어가는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 때부터 종종 써먹었고 제법 먹혔다고 한다. 알아서 하라고 그를 먼저 보내고. 이미 장초를 물고 있는 우츠미에게 돌아섰다.

“너 유부녀 좋아하고 그러면 안 돼. 아니 유부남? 아무튼. 새꺄.”

“뭐.. 갑자기 무슨 소리?”

“아까 화장실 가서 한번 빼고 온 거 아니었어? 뉴스 끝나고...”

아.. 들켰다. 귀신같은 놈. 그야 그랬다. 검은 정장의 이시카와와 흰 정장의 사쿠라이. 대비적이고. 왠지 한참을 이반이라며 핍박당한 사람들 같지 않게 정상성이 느껴졌다. 만남은 어떻게? 축구 선수 역할을 연기해야 할 때,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는데요. 그때 이것저것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고, 거기서 발전됐다는 느낌일까요. 그렇죠? 뭐, 여태까지는 많은 분들께 말하지 않고 있었습니다만. 그런 인연입니다. 동성으로는 스타트를 끊는 셈이 되시는데요. 결혼을 다짐하게 된 계기라도 있으실까요? 으음. 저어. 어떻게 생각해요? 옆을 살짝 돌아보며 사쿠라이가 분명히 웃었다. 이시카와에게 바톤을 넘긴다. 이시카와는 자연스레 그것을 받아서 잘 소화해냈다. 운동 선수 출신다운 짧고 간략하고 강렬하게.

“십 년 만나니까 결혼하고 싶어져서 결혼했습니다.”

회장에 잔잔하게 웃음이 흐르는 게 느껴진다. 테레비 밖으로도. 나에게까지. 난 동시에 아직도 해결 안 된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후배에게서 미친 듯이 채팅이 오고 있다. ㅠㅠ 선배 다 터졌어요... 어.. 낼 출근할게... (뻥이다. 내일은 두 달 전에 신청해 둔 나의 소중한 연차날이다... 그러나. 팀장에게서도 연락이 왔기 때문에 출근해야 하는 게 분명해지고 있었다...) 십 년 만나면 결혼하고 싶어지나? 잘 모르겠는데...

그런 이시카와의 대답을 받아 사쿠라이도 대답했다. 십 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했고요. 저도 좋은 나이가 되었구요. 그렇게 생각하던 참에 시기 좋게 이렇게, 법제화가 잘 되어서요. 여러모로 운이 좋게 잘 맞아떨어졌다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말하는데 카메라에 잡히는 손에는 결혼 반지일 게 분명한 은반지가 정갈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연예인인데... 반찬 삼은 셈 치면 되지...”

“그렇다고 그렇게 바로 가서 딸치고 너 대단하다. 응?”

“그래... 미안해. 어떻게 알았어? 안 들키게 하려고 했는데.”

“냄새가 나잖아.”

“무슨 냄새?”

“너 검사 안 받았어?”

“아직... 회사에서 날짜 아직 안 알려 줬어.”

“받으면 다 알게 된다. 냄새 존나 나. 냄새? 라기보다는 뭔가 좀 더 피부에 닿는 느낌으로... 병원에서 다 알려 주겠지.”

우츠미의 말을 절반도 이해 못하고. 술먹다 테레비에 나온 연예인을, 그것도 결혼 발표 기자회견 영상을 보다가 꼴려서 딸치러 간 사람인 게 들통난 채로 집에 돌아왔다. 냄새는 무슨 냄새...? 눈이 반쯤 감긴 채로 양치질을 하고 샤워를 하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꿈에는 또 아까 그 영상이 나왔는데, 하나 다른 건 내가 현장에 있었다는 점이다. 57분의 영상이 꿈에서 틀어지고 있다. 이시카와의 셔츠 깃을 정리해주는 사쿠라이의 뒷목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시선으로. 그러나 이 앵글은 어떤 방송에서도 나온 적이 없다....




결국 다음 날은 출근하고 말았다. 집에 돌아가지도 못한 차림새의 후배가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이... 난 연차였다고...

눈밑이 시꺼매질 정도로 일했다. 아오 힘들어. 집에 가서 맥주 한 캔 할 생각도 없이 피곤해졌다. 퇴근하려고 짐을 챙겼는데 누군가가 나와 후배를 동시에 붙잡았다. 에?

“니노미야는 내일 연차 쓰는 걸로 해 줄게. 대신 모레는 병원 가라. 세키는 내일 병원 가고.”

“뭔 병원이요...?”

“선배님 못 들으셨어요? 그 검사하는 거 있잖아요... 원래 다 오늘이었대요. 저희 팀만 못 간 거고...”

“헐... 시발.. 그런 일이... 몇 시에요?”

메일로 연락을 준다고 했다. 나는 도무지 지하철을 탈 기운도 없어서 택시에 실려서 집으로 향했다. 판단은 정확했다. 다음 날 병원에 가라고 했으면 무조건 문 닫을 시간에도 정신을 못 차렸을 게 뻔했다. 그런데 건강검진 같은 거면 금식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 메일이 왔다. 10시. 금식은 안 하셔도 되지만 혹시 모르니 뭐 안 드시는 걸 추천합니다, 같은 말이 써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뭔가를 위장에 쑤셔넣고 싶은 기분도 들지 않았다.



병원에는 질릴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기분 탓인지 왠지 짜증 나는 냄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접수처에 이름을 대고, 시키는 대로 움직여서 대기하다가, 이름이 불리면 가서 검사를 계속했다. 피를 뽑고 알러지 검사 같은 것들을 하고. 닭장 속 닭처럼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갑작스레 몰려든 요의에 화장실로 향하는데.

뭔가 익숙한 얼굴이 빠르게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병원답게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어디서 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사람은 나를 지나 화장실로 먼저 처들어가더니 온갖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첫번째 칸에 주저앉듯이 쓰러졌다. 그러고는 구토하기 시작했다.

난 병원엔 아픈 사람들이 오는 법이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그런 사람들에겐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기로 결정하는 편이지만. 내가 소변을 다 보고 손을 깨끗하게 씻고 핸드드라이어를 써서 수분 하나 없는 손바닥을 만들 때까지도 남자는 그 화장실 칸 안에 쓰러져서 구토를 계속하고 있었다.

저러다 위장이라도 토해내는 게 아닐까 싶어서. 난 아무래도 사람 된 도리는 해야겠다 싶어서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가 쓰고 있던 모자는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태였고. 대형 병원이라 매번 화장실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점에 감사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남자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고개를 처박고 계속해서 웩웩 구역질을 계속하고 있다. 난 걱정해주는 보람이 없다 싶어서 그 사람의 옆에 쪼그려 앉아 안색이라도 살펴보려고 했다. 어라. 그런데 타이밍 좋게 남자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어?”

“괜찮아요...”

엊그제 테레비에서 본 그 남자다.... 사쿠라이 쇼! 그 사람이다.


사쿠라이는 희미하게 웃으며 나를 밀어내려고 하는 듯했지만 팔에 힘이 없는 듯 밀쳐내지도 못했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요?”

“괜찮으니까 좀...”

“문이라도 잠글까요? 들키면 곤란하죠?”

나는 걱정하는 척하며 문 안으로 사쿠라이의 퍼질러진 다리를 밀어넣었다. 사쿠라이는 내 발길에 가만히 다리를 추스렸다. 엊그제 테레비에서는 먼지 한 톨 없이 잘 다림질된 흰색 수트를 입고 방긋방긋 웃고 있던 그 남자가. 지금은 내 눈 앞에서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변기통에 머리를 처박은 채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다. 웃음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겨우겨우 참아내고, 진실되게 걱정하는 표정을 만들어 지은 뒤 시선을 맞춰 쪼그려 앉아 주었다.

“나 엊그제 뉴스 봐서 얼굴 알거든요.”

“저를.. 뉴스를.. 어제 아셨어요...”

“연예인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근데... 토할 것 같으니까 좀 치워 주실래요...”

“뭐를요? 얼굴을요?”

“아니... 냄새...”

냄새? 나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돌려 내 팔뚝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 봤지만 늘 쓰는 섬유유연제와 세탁 세제 냄새 말고는 딱히 구역질 날 정도로 역겨운 것은 없었다. 결벽증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청결에는 제법 신경 쓰는 편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사쿠라이를 쳐다보았다.

“페로몬...”

“페로몬?”

“이제 더 이상 못 참겠으니까 빨리 치우라고!”

어디서 그렇게 호통을 칠 힘이 났는지 모르겠다. 사쿠라이는 갑자기 눈을 희번뜩 뜨더니 나에게 그렇게 소리쳤다. 혹시 몰라서 화장실 앞에 청소 중 문패를 대충 세워 두고 온 보람이 있는 셈 싶었다. 뭘 치우라는 거야, 말을 해 줘야 알지...

“뭘 어떻게 치우라고요? 물 사다 줘요?”

“당신 알파잖아... 빨리... 못 치우겠으면 그냥 비켜요.”

소리를 친 뒤 정신을 차릴 기운이 났는지, 사쿠라이는 휴지를 대충 뽑아 입가를 닦아내 변기에 던져 버리고, 구석에 떨어진 자신의 모자를 다시 주워 깊게 눌러쓰고, 뚜껑을 닫은 뒤 물을 내려보낸 뒤, 쪼그려 앉은 나를 내려다보는 자세로 금세 변모했다.

난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쪼그려 앉은 채 칸 문에 등을 기대고 사쿠라이를 올려다보았는데. 그 시선이 참 차가웠다. 아, 그런가? 이 냄새라는 거. 엊그제 우츠미가 했던 그 말인가? 뭔가 좀 더 피부에 닿는 느낌으로 알 거라는 게....

그럼 지금 나한테 너무나도 달짝지근하게 느껴지는 이 냄새...

이 사람의 페로몬이라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아직도 사쿠라이를 쳐다보고 있자, 그는 한계라는 듯 나를 밀쳐내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 버렸다. 세면대에서 입을 씻고 손을 닦고 자켓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뒤 물기를 싹 닦아내고는. 그가 밀쳐낸 탓에 화장실 바닥에 나동그라진 자세의 나를 한번 돌아보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젠장. 난 자세를 바로 하고, 일어나서, 어디 특별히 더러워진 곳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사쿠라이가 마지막에 일어나기 위해 세게 움켜쥔 내 셔츠 팔뚝만이 심하게 주름져 있었지만 그것 말고는 화장실에서 뒹군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손을 닦기 위해 세면대에서 거울을 쳐다보았는데 눈에 실핏줄이 다 터져 있었다. 그렇게 힘 준 기억은 없는데... 앗.

아무래도 대기 시간이 다 지나 버렸을 것 같다는 직감에 손을 대충 바지 허벅지 언저리에 닦아내고는 화장실을 빠져나가 직전의 검사실 앞으로 달려갔다. 약간 짜증 난 표정의 간호사가 니노미야 씨, 하면서, 나를 불러 찾아내고 있었다.

넵, 네, 네. 니노미야 여기 있습니다. 내가 꼴사납게 손까지 들어 대답하자 간호사는 내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약간 놀란 표정을 짓고는, 진료실로 안내했다.




“니노미야 씨, 괜찮으세요?”

“예? 예 그럼요. 안 괜찮아 보이나요?”

“아니... 코피 흘리시는데요.”

“헐. 이런.”

나는 의사가 건네 준 티슈를 받아 코를 대충 틀어막았다. 그런 나를 두고 의사는 잘 모르겠는 전문 용어들을 줄줄 읊어대다가. 하나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내 표정을 보더니 한숨을 크게 한 번 쉬고 대충 설명하기로 마음 먹은 듯했다.

“검사 결과로 니노미야 씨 제3성은 알파... 라고 나오긴 했는데요. 그렇게 강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적당히 잘 관리해 주시면 될 겁니다. 지금은 여기에 여러 보유자들이 있어서, 뭔가 그런 게 섞여서 좀 피곤하실 수도 있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체급에 안 맞는 페로몬을 맡거나 하면 이럴 수도 있거든요. 약 처방해 드릴 테니까 가실 때 받아 가세요.”

거의 쫓겨나듯이 진료실에서 벗어났다. 응? 그런데 강하지 않다며... 방금 전 화장실에서 사쿠라이는 나에게 역겹다며 소리까지 질렀는데. 음. 음. 이상한데. 그러나 나의 코피는 계속해서 멈추지 않았고 덕분에 의사가 건네 준 티슈는 이미 축축해지고 있었다. 다시 아까 전의 화장실로 걸어가 티슈를 버리고 손을 닦았다. 그러는 중에도 뜨끈한 피는 멈출 줄을 몰랐다. 씨발! 뭐야. 집엔 가야 할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면서 새 티슈를 꺼내 코를 막으려고 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난 물을 틀어 놓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누가, 누가 들어왔, 들어왔어, 밖에,

괜찮아. 조용히 하면 안 들켜.

씨발. 물을 뚝 끊고 유일하게 잠긴 그 칸 문을 미친 사람처럼 두들겨 버릴까 하는 충동에 휩싸였지만. 괜히 시비 붙었다가 좋을 일 없는 걸 알기 때문에 다시 가만히 피를 닦아냈다.

근데 이 냄새... 이 페로몬...


사쿠라이잖아.......

수전을 부술 듯이 내려 닫고 손을 대충 닦은 뒤 거울을 올려다 보았다. 꼴이 말이 아니다. 머리는 누가 쥐어 뜯은 것처럼 산발이었다. 아직 젖은 손으로 머리를 대충 다듬었다. 핏자국은 없던 것처럼 씻겨나갔다. 난 괜히 궁금해져서 화장실을 나갈 때, 굳이 나가는 티를 아주 크게 내고, 화장실에서 제일 가까운 의자에 앉아서, 그가 언제 나올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름 끼치는 변태 스토커 같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엊그제 결혼 발표 한 사람이라면 신혼이니까 화장실에서 불 붙는 것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는데. 근데 30분 전까지만 해도 토하고 있었던 사람이잖아. 그런 아이러니함. 난 궁금한 게 있으면 어찌 됐든 해결해 봐야 하는 성격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

좀 앉아 있었더니 금세 기다리던 사람이 연달아 나왔다. 똑같이 모자를 눌러 쓰긴 했지만 앞에 나온 게 이시카와고 뒤에 나온 게 사쿠라이다. 고개까지 숙이고 내 앞을 스쳐 지나갔는데, 그 순간에서야 사쿠라이가 화장실에서 나에게 역겹다며 꺼지라고 한 얘기를 이해했다. 나도 모르게 이시카와를 쳐다보고 말았다. 그는 내 시선을 알지 못했지만 뒤따라가던 사쿠라이는 나를 눈치챘다.

페로몬이라는 거, 제3성이라는 거, 정말 곤란하기 짝이 없잖아...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날 뒤돌아 본 사쿠라이를 보면서...

뺏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아니라 충동.

그래... 난 알 수 있었다. 저 둘이 절대 맞지 않는 짝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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