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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27.
2022 쇼른버스앤솔로지
센티넬버스..
목발은 부러지고
퍽.
티슈가 날아들어 니노미야의 머리를 제대로 때리고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끄트머리에 눈가가 긁혀 어쩔 수 없이 눈을 찌푸렸다. 그러자 던진 사람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저럴 거면 왜 던졌대. 다음엔 맞을 때 다치지나 않게 두루마리로 가져다 놓을까, 그런 시시콜콜한 생각을 하며 니노미야는 굽혔던 무릎을 폈다.
“우리 이제 나가는 건 어때?”
“싫어.”
“그러면 뭐. 어쩔 수 없고.”
이제는 거의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니노미야를 노려보던 사쿠라이는 겨우 싫다는 말 한마디를 내뱉었다. 어질러진 탁자를 대충 수습한 니노미야가 일어나며 손가락으로 사쿠라이의 이마를 꾹 눌렀다.
“힘 풀어. 나 갈 거니까.”
“오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도 내가 오고, 내가 다시 가면, 그 사람이 오잖아. 그건 싫지 않지?”
떠밀려 소파에 기댄 사쿠라이는 다시 벌떡 등을 반듯하게 세웠지만 자기 앞에 선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사람이라는 호칭에 자기도 모르게 힘을 풀고 말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벗어 뒀던 자켓을 챙겨 입은 니노미야는 마지막으로 사쿠라이를 돌아봤다.
“마음 좀 풀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니가 잘못한 게 뭐가 있어.”
“다 알면서 그러네. 그래, 잘 있어. 내일 봐.”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서도 니노미야는 오로지 두루마리 휴지 생각뿐이었다. 집 주인이 기를 쓰며 내뱉은 축객령은 귀에 들어가지도 않은 듯했다. 1층을 누르고 내려가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주차한 차에 기대 있던 아이바가 튕겨나오듯 바로 섰다.
“올라가.”
“오늘은 어땠어?”
“어떻긴 뭘? 똑같지. 고집 끝내준다니까.”
“좀 달라졌으면 해서 물어봤어. 먼저 들어갈래, 아님 차에서 기다릴래?”
“갈 데 있어. 먼저 갈게.”
“응. 조심해서 들어가.”
스마트키에 차가 울었다. 잠겼다는 소리를 낸다.
가이드 부족 현상. 뉴스고 신문이고 라디오고, 하루가 멀다 하며 하도 떠들어대는 탓에 동네 코찔찔이들도 다 아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도움되는 건 하나도 없고, 해봤자 이력서에 경력 한 줄 정도, 사생활은 아마도 없다시피라, 나라에서 연금까지 챙겨준다고 하지 않았다면 자발적으로 가이드 같은 걸 하겠다며 감옥처럼 굳게 선 건물로 기어들어갈 필요 따위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조금의 연민, 조금의 정의, 조금의 봉사정신과 희생정신. 오로지 인간의 선의에 기대 굴러가는, 죽지 않는 한 평생직장일 그곳.
아이바의 직장은 그 감옥같이 괴상하게 도시 한복판에 올라선 건물이었다. 여느 회사원처럼 출입증을 찍고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지만 향하는 곳은 사무실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따지자면 숙직실이 맞는 말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간이침대가 깔려 있었다.
자리에 앉아 사내 메신저에 로그인하기 무섭게 새 창이 후두둑 날아들었다. 이건 어제 끝낸 일. 이건 엊그제 새로 받은 일. 이건… 이건 오늘 새벽에 나갔다 온 일. 이건 방금 들어온 일. 커피 한 잔도 마시기 전에 일이 말 그대로 쏟아지듯 몰아쳤다.
“니노. 여기서 어디까지 끝냈어?”
“책상에 메모지… 거기 써 있는 건 다 갔다 왔어.”
“나 부르지.”
“자는 사람 불러서 어디다 써.”
아이바의 데스크 바로 뒤에 바짝 붙어 놓인 간이침대 위의 이불더미 속에서 가느스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뒤이어 힘이 빠진 건지 잠에 취한 건지 흐물대는 팔도 빠져나왔다. 대수롭지 않게 그 팔을 건드려 잡은 아이바는 그제야 책상 위의 노란 메모지를 확인했다. 메신저와 공지사항, 메모지를 몇 번 번갈아 보자 할 일만이 남았다.
“오늘은 언제 갈 거야? 쇼쨩네 집.”
“지금… 이따 일어나서….”
“지금 9시 30분이야. 이렇게 일찍 가게?”
“서류 작업 좀 해…. 나 점심 먹고 갈 거야.”
“그래, 그럼. 더 자.”
그 일이 있은 뒤로 1년하고도 7개월, 거기에 막 3주하고 나흘이 지나가고 있었다. 사쿠라이의 사표는 아직도 불수리였다. 따지자면 니노미야의 실수로 촉발된 그 일에 휘말린 뒤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문도 열어 주지 않았었다. 벨을 누르고 가만히 기다리면 문 안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좀 더 기다리면 문을 사이에 두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야? 나예요. 돌아가. 한 달을 그렇게 씨름했다. 사쿠라이가 졌다. 겨우 잠금이 풀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을 땐 시작이 반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지만 문이 다 열리고 난 뒤 그 앞에 앉은 사람의 얼굴을 보니 어쩐지 지금도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았다. 출근해서 일하고, 둘이서 점심을 해결한 뒤 느즈막히 사쿠라이네 맨션으로 향하는 건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 아이바는 밑에서 기다리고 니노미야가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르륵 올라가면, 30분쯤 지나 다시 스르륵 내려왔다. 그러면 아이바가 올라갔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홀로 돌아가는 날도 있었고 멋대로 조수석에 올라타 한숨 자는 때도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좀 다른 날이었다. 점심 먹고 간다는 말은 거짓이었는지 니노미야가 입맛이 하나도 없는 얼굴로 주차장에 서 있었다.
“가려고?”
“응. 가자.”
어쩐 일인지 차가 밀렸다. 오는 길에 보니 대로에서 사고가 크게 났던 모양이다. 버스가 끼어 사람들이 내릴지 말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아이바는 다리를 건너 샛길로 빠져 돌아갔다.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출발했는데도 더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금방 내려올게.”
“응.”
아이바가 차에 기대며 대답했다. 그 짧은 대답을 다 듣지도 않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쿡쿡 눌러 급하게 올라탄 니노미야의 손에는 두루마리 휴지 한 롤이 들려 있었다.
“나예요.”
대답은 잠금이 풀리는 소리로 대신했다.
“밥은 먹었어? 집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안 나네.”
“무슨 상관이야.”
“무슨 상관이긴.”
한 개짜리 두루마리 휴지에 눈이 갔다가 다시 니노미야의 얼굴로 돌아왔다. 니노미야는 신경도 쓰지 않고 얼마 전에 자기 얼굴을 긁은 티슈를 집어 두루마리 휴지와 바꿔치웠다.
시간은 흘러간다. 시간이 지나갔다.
그래도 사람은 그대로였지만. 시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도 존재하는 셈이다.
“그대로 있을 거야?”
“뭐?”
“아무것도 안 하고 그렇게, 죽을 날 받고 사는 사람처럼 살 거냐고.”
“무슨 상관인데?”
공기가 차가워졌다. 니노미야는 속에서 솟아나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노골적인 시비에 아직도 찌르는 대로 반응하는 사쿠라이가 웃겨서 어쩔 수 없었다.
“같이 일하자니까. 예전처럼. 당신만한 사람 없어. 봐, 지금도 입김 나오려고 하잖아요. 그거 그렇게 썩힐 거야? 난 국가적 손해라고 본다. 그니까 센터에서도 여태 사표를 모른 척하고 있는 거지.”
“이런 상태로 무슨 일을 해?”
어디선가 빠드득 빠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보이진 않지만 사쿠라이의 속에서 나는 소리겠거니 다짐했다. 그게 아니라면 휠체어에서 나는 소리든지. 흘깃 눈을 굴려 주변을 둘러봤다. 어제와 달라진 게 없었다. 이 집에서 그저 숨만 쉬고 사는 듯했다. 그럼 그게 사람 사는 건가? 니노미야는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왜 못 해? 센터에서 다 도와준대. 내가 다 알아봤어. 준비 안 된 건, 사쿠라이 씨밖에 없네요.”
A-와 B+. 혼자 다니기엔 조금 부족하고 같이 다니기엔 많이 넘치는. ‘혼자 일하다 죽는 것보다 둘이서 더 일하고 살아 있는 게 좋잖아요.’ 안 그래도 인력난이라 골치아프다는 인사과 과장에게 ‘1=1이지만 1+1=3’이라는, 어딘가 말도 안 되는 듯한 수식을 내세운 니노미야가 구두 계약은 못 믿겠으니 서류를 써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분위기에 휩쓸려 그 서류에 나란히 서명한 뒤 복도로 도망치듯 뛰쳐나온 사쿠라이가 그제야 버럭 화를 냈다.
“너 어쩌려고 그래?”
“왜? 혼자 일하다 죽고 싶었어?”
“가이드는 한 팀에 한 명만 나오는 거 몰라? 너랑 나는 둘 다 센티넬이잖아!”
인사과 과장이 인력난이라고 머리를 싸맨 이유가 그거였다. 니노미야나 사쿠라이같이 애매한 등급을 가진 센티넬들은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는데 그런 애매한 센티넬들에게 일대일로 붙여줄 애매한 가이드들은 없었다.
2인 1조가 원칙이었지만 지금같은 때엔 그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 애매한 센티넬들은 홀로 일을 나갔다 홀로 센터로 돌아와야만 했다. 단순히 머릿수가 부족했다.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돈을 준대도 거금은 아니었으니 불나방처럼 몰려들지도 않았다. 그런 때에 니노미야가 한 제안은 충분히 솔깃하다고, 사쿠라이는 화를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가이딩 그거 어차피 꼭 필요하지도 않잖아.”
어느새 벽에 비스듬히 기댄 니노미야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웅얼대는 탓에 복도가 말소리로 울렸다.
“넌 왜 2인 1조인지도 몰라?”
“알아.”
“근데 왜 그랬어?”
내내 바닥을 쳐다보며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대답은 잘만 했다.
“왜 그랬냐니까?”
“그럼 넌. 혼자 나갔다가 혼자 돌아와서 여기 있는 가이드라는 사람들한테, 다 죽어가는 꼴로 손잡아 달라고 하는 게, 그게 좋아?”
“뭐?”
애매한 등급의 센티넬들을 내치지 않고 쓰는 이유였다. 가이딩에 목매지 않아도 됐다. 일주일 내내 일하고 가이드의 체온을 한 시간 느끼면 일할 정도가 됐으니까. 애매한 등급의 가이드들을 일일이 배정해 주지 않아도 쓸 수 있었다.
“좋냐고, 그런 게. 지금 사람 부족해서 어차피 2인 1조도 못 되는 거.”
“그걸 누가 몰라?”
기가 쭉 빠졌다. 이런 대거리를 더 하고 싶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들어가 계약서는 무효라고 외치고 싶었다.
“혼자 죽고 싶어? 셋이 나가면 적어도 혼자 죽는 일은 없잖아.”
“그런….”
그런데 어쩐지 이 말만은 어떤 외침처럼 들렸다. 아주아주 먼 곳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은 니노미야가 코앞에서 속삭이듯 웅얼거리는 것인데도, 저 멀리에서 소리지르는 것처럼 들렸다.
“난 혼자 죽기 싫어.”
그 말을 끝으로 니노미야는 먼저 돌아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쿡쿡 누르더니 꽤 먼 곳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고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사쿠라이는 한참을 멍하니 사무실 앞 복도에 버려지듯 서 있다가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에 다급히 움직여 올라탔다.
“내가 안 돌아가도 혼자 죽을 일은 없잖아? 이제 아이바랑 둘이서만 다닌다며. 들었어.”
“내가 지금 그 말 하는 줄 알아?”
“그럼?”
사쿠라이가 고개를 홱 치켜들었다. 소리를 버럭 질렀다. 니노미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점이 괴로웠다.
“같이 일하자. 다 도와준대.”
“뭘 도와주는데! 나는 집 밖에도 못 나가. 부끄러워서.”
치켜들었던 고개가 다시 푹 숙여졌다. 빳빳하게 세우고 있던 등에 힘이 풀렸다. 소파에 쏟아지듯 기댔다. 몇 달 며칠을 저렇게 힘든 티도 내지 않고 꼬박꼬박 자기 집으로 찾아와 돌아오라는 말을 하는 니노미야가 이제는 스스로에게 과분하게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할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할 인력도 아니었다. 없으면 금방 대체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때 그렇게 참았다. 참으면 안 되는데도 말하지 않고 찾지 않았다.
아이바를 좋아하게 되어서.
가이딩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손이나 잡아 주면 그만인 거 아니냐고 했고, 좀 안다는 사람들도 합의 하에 하면 괜찮은 거 아니냐 했다. 그게 아니었다. 차라리 링겔이나 맞고 버티는 게 나을 정도로 꽤나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마주앉아서,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고, 아니, 눈은 꼭 맞추지 않아도 되지만, 어찌됐든 마음과 마음이 닿도록 해야 했다.
감화라는 건, 그 까다로운 일을 조금 쉽게 해 주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리스크가 있었다. 한 사람과 한 사람만이 가능했다. 2인 1조일 때는 문제도 되지 않았지만 3인 1조라면 곤란했다. 그래서 냅다 계약서를 써 달라고 한 니노미야에게 그렇게 화를 냈었다. 이렇게 될 것 같아서. 마음을 줘 버리고 싶어질 것 같아서.
3인 1조로 결정되었을 때, 사쿠라이에게는 담당 가이드가 없었다. 니노미야가 말한 혼자 나가 혼자 돌아오는 센티넬이 자신이었다. 그래서 니노미야의 담당 가이드가 합류하기로 했다.
“친구예요, 그냥. 오래된.”
“친구?”
“응. 어렸을 때부터 같이 여기서 일해서, 친해. 그래서 데려왔어.”
“그렇구나. 아, 저, 사쿠라이 쇼라고 합니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아이바를 보고 얘기하던 니노미야에게 정신이 팔려 정작 아이바가 눈앞에 도착했을 땐 사람이 왔는지도 몰랐다. 아이바가 손짓하자 그제야 펄쩍 뛰어 일어섰다. 머쓱하게 인사하며 손을 내밀었다.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이바 마사키입니다. 잘 부탁해요.”
“네. 저야말로.”
잠깐 나눈 체온이 아주 뜨거웠다. 뜨거워서 금세 땀이 맺힐 정도였다.
“그건 그냥 안 나가는 거잖아. 그 일 사람들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 아침 뉴스에 1분 나갔어. 기사도 얼마 없고. 부끄럽기는 이러고 안 나오는 게 더 부끄러운 거야.”
꺾인 고개를 다시 들 수 없었다. 들 힘이 없었다. 니노미야의 말은 틀린 구석이 없었다. 니노미야도 자신만큼 눈에 핏대를 세우고 뉴스를 보고 기사를 찾았을 것이다. 다 알 수 있었다. 알아서 힘들었다.
“그 일 당신 때문도 아니야. 화 풀어. 출근하고 싶으면 이따 올라오는 사람한테 말하고요. 나 갈게.”
지금도 그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소파에 앉아 있는데, 오늘은 니노미야가 자켓도 벗지 않은 채로 자신을 상대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신발을 도로 신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문이 다시 잠기는 소리를 들으면서, 어쩐지 버려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신 때문도 아니야.’
왜 그렇게 말한 걸까? 니노미야는 자신이 죄책감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엄밀히 말하자면 틀렸다고도 할 수 없었다. 그대로 앉아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아이바에게는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알려줘도 멋대로 찾아오지 않겠다고 했다. 혹시 모르니까 알려달라는 말에 솔깃해서 알려줘버리고 말았지만, 바퀴를 굴려 움직일 힘도 없는 것 같은, 지금 같은 때에는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바는 소파에 앉은 사쿠라이를 향해 얘기하며 장갑을 벗었다.
“침대에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응. 그래, 그럼.”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몸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 것이라고는 니노미야와 말씨름한 것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운을 썼다. 식탁에 장갑을 올려두고 자켓을 벗은 아이바가 거실로 향했다. 가만히 서 있는 걸 보니 휠체어에 태울지 그냥 안고 갈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편한 대로 데리고 가.”
“알겠어.”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바는 사쿠라이의 무릎 밑과 어깨 뒤에 팔을 집어넣어 들어올렸다. 침실은 가까웠다. 금세 내려놓고는 서랍을 막 뒤적였다.
“셋째 칸에 있어.”
“아, 찾았다. 편하게 있어.”
다리를 못 쓰게 된 이후에 아이바와 니노미야가 같이 찾아왔을 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노미야가 가고 아이바가 올라왔을 때, 아이바는 돌아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니노미야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돌아오라고 사쿠라이를 들들 볶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대신 다리를 만져 주겠다고 했다. 마사지를 해 주는 게 좋을 거라면서 멋대로 바지를 걷고 종아리에 손을 댔다. 어떻게 보면 니노미야랑 다를 것도 없었다. 다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걸 보면.
손은 여전히 뜨거웠다. 느낄 수 없었지만 느껴졌다. 어쩌다 손이 스치면 알게 되었다. 아직도 뜨겁다는 걸. 30분 정도 내내 다리를 문질러 주면서 아이바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댔다. 사쿠라이가 반응을 하든 대답을 하든 아니면 닥치고 있든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듣다 보면 어쩐지 속이 느긋해졌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넌… 돌아오라고 안 하네.”
그래서 지금도 원하지 않은 말이 멋대로 튀어나왔다. 방금 전의 니노미야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아이바의 손이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움직였다.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아.”
“왜?”
“솔직히 말하자면 난 안 돌아오는 게 더 좋아.”
“왜?”
사쿠라이는 내내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말하는 동안 슬그마니 고개가 반듯하게 돌아왔다. 조금 더 지나면 아이바와 마주칠 것 같았다.
“좋아하니까.”
“누구를?”
머릿속으로는 물어볼지 말지 고민하고, 물어보지 말자는 쪽으로 추가 더 기울었는데도, 입은 멋대로 누구냐고 외쳤다.
“그야 쇼쨩을.”
“뭐?”
“니노한텐 말하지 마. 말한 적 없으니까. 그리고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돌아오지 않는 게 좋지만, 직원으로 얘기하자면 돌아오는 게 좋기도 해. 니노 혼자 일하니까 꽤 바쁘더라구.”
고개가 제대로 돌아가 아이바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이바는 사쿠라이의 다리를 만져주느라 얼굴은 올려다보지도 않았다. 날 좋아한다고.
폭탄을 터트려놓고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이바는 그대로 30분을 채워 마사지를 끝냈다.
좋아한다는 말을 이렇게 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듣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슴 속에서 마구 튀어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주변을 정리하고 사쿠라이의 걷힌 바지를 다시 내려주고 침대 옆에 휠체어를 가져다준 아이바가 자켓을 챙겨 입고 장갑을 쥐었다.
“나 돌아갈래.”
“응?”
“갈게, 다시. 일하러. 니노미야가 너한테 말하랬어. 간다고 해. 갈게.”
“응. 그럴 줄 알았어. 연락해, 데리러 올게. 푹 쉬어. 밥도 잘 먹구. 나 갈게.”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니노미야는 늘 같은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항상 똑같은 기분이었다. 그 기분은 변한 적이 없었다. 한결같이 내도록 부끄러웠다. 왜 부끄러운지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럴 때마다 2인 1조가 아닌 3인 1조로 일을 나가겠다며 대뜸 계약서를 써버린 니노미야에게 토하듯 화냈던 날이 떠올랐다. 그리고 니노미야가 했던 말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혼자 죽기는 싫다, 고 했다.
혼자 죽기 싫다는 말을 한 니노미야는 그 순간에 열여섯이나 열일곱처럼 보였었다.
그게 계속 생각나서 돌아가겠다고 했다. 혼자 죽는 게 싫으니 같이 죽자고 말하는 것 같아서. 실은 그게 아니라 같이 살아 보자고 하는 걸 아는데도 그렇게 느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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