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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박탈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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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1. 15.




“저질.”

보건실 앞을 막은 남자에게 가쿠란의 소년은 이렇게 말했다. 어? 남자는 되물었다. 옆구리에 끼고 있던 파일철을 추스리면서.

“쇼타콤.”

“잘 안 들리네?”

“신고할 거예요.”

“해라?”

“진짜 해요.”

“하든지.”

“나 한다면 해요.”

“그래. 누가 믿어준다니.”

“한다니까.”

“선생님한테 말이 짧아.”

“할 거라고.”

“그래, 해 보라고.”

소년은 짜증이 난 듯 남자를 확 밀치고 그 앞을 떠났다. 덕분에 바닥에 떨어진 파일철을 갈무리하며 남자는 안경을 한 번 추켜올렸다. 




담임을 맡는 반의 교실이 교무실에서 출발했을 때 앞문이 가까우면 앞문을, 뒷문이 가까우면 뒷문을 열고, 머릿수를 확인하고, 니노미야는 ‘을른 가 버려’ 한마디 내뱉는 게 종례의 전부였다. 전달사항은 웬만하면 조례 때 끝내고, 추가사항이 생기면 점심시간에 칠판에 휘갈겨 적고, 안내문은 언제까지 가져오라는 말을 덧붙여 반장에게 일임하는 게 전부. 가끔 반장으로 뽑힌 녀석들이 선생님은 도대체 하시는 일이 뭐죠, 라고 하면, 나 너네 담임, 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니 수업 이외에 학생들과는 거의 만나지 않았다.

선생이 되고 싶어서 교사가 되는 사람과 공무원이 되려고 교사가 되는 사람들은 기저가 다르니까. 니노미야는 늘상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리고 자신은 언제나 후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시력이 나쁘지 않은데도 안경을 주워 쓰고 있는 건 나름대로의 권위의 상징이었다. 밖에 나가면 많이는 열 살까지도 깎아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고등학생들 사이에선 어쩔 수 없었다. 

만만해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대학생 땐 말야, 하도 지랄맞아서 여자도 안 생기고... 아니, 생기긴 했는데, 꼬이는 여자들이 죄다 좀 문제가 있었어서... 뭐 이런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고. 좀 날카로워 보이는 듯한 인상에도 도움이 되겠지 싶어서 도수 없는 안경을 쓴 것뿐이다. 

학부모 상담을 요청해 오는 사람도 요즘 들어선 거의 없었다. 다 출근하기 바쁘고 가사하기 바쁘고. 괴물 학부모니 헬리콥터 학부모니, 치맛바람 부는 얘기는 니노미야가 학생일 시절부터 있던 말이지만,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니노미야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걸려나오지 않았다. 적당히 선생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서, 학기초 설문을 돌리면 거의 그런 대답들뿐이었다. 니노미야가 학생들과 유대가 깊어지지 않는다는 건 전근을 가도 금세 부장교사들은 알아버려서 굳이 화를 부르느니 다른 이에게 맡긴다는 형태가 된 걸 보면.

문제아 담당? 그런 것도 니노미야에겐 주어진 일이 아니었다. 니노미야에게 맡겼다가 아주 아우토반에라도 탄 듯 달려나갈 일 있나. 뭔가 다른 게 있다고 한다면 담당과목이 국어도 역사도 사회과도 아니고 화학이라는 것뿐. 선생님 문과 같았는데. 그러니. 니노미야도 자기가 그때 어째서 화학교육과에 신청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당시 대학 원서를 같이 쓰던 아이바에 휘말려 아무 과를 썼으리라 넘겨짚기만 했다. 그래도 적성에 너무 안 맞아서 당장 내일이라도 사직서를 던지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하루하루 누군가 복도에서 뛰다가 창문에 부딪혀 창문을 깨면서 피범벅이 됐다든지, 양키들 패싸움에 대가리 들이밀었다가 맥주병에 맞았다든지, 화장실 환기구에 대고 나무젓가락에 담배 끼워 피우다가 걸렸다든지, 그런 사건들이 아닌 이상 권태롭다면 권태롭다고 할 나날들뿐이었다. 새로운 학생들 일 년 가르치고, 일 년이 지나면 엉덩이 걷어차 내보내고, 그런 일상들.



그런데 지금 이 시비를 걸게 되는 학생이랑은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 점심을 대충 때우고 옥상에 올라와 날씨가 좋으면 보이는 후지산을 멍하니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니노미야는 그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려고 했다.





“귀걸이는 좀 빼지?”

“빼면 막히는데.”

“머리만 검으면 다인가?”

“그럼 내일이라도 탈색을 할까요?”

“성적이 좋으면 다야?”

“그럼 나쁜가요.”

이게 꼬박꼬박 말대답이네. 니노미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안 생겼는데 선생을 제법 피곤하게 만드는 학생. 교탁에 삐딱하게 기대 서서 다른 학생들이 죄 빠져나간 교실에 둘만 마주보고 있는 채로 잠깐 말을 멈췄다. 마주보고 있긴 하지만, 학생은 맨 앞자리 책상에 가지런히 앉아 있고, 선생은 서 있을 뿐.

“하여튼. 하지 말라면 좀 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면 재미없는데요.”

“한마디도 안 지네.”

“지는 것도 재미없어요.”

“그래 그렇게 살고. 학교에선 빼고 다녀.”

“학교 밖에선요?”

“만날 일 없잖아?”

말대꾸를 계속해오면서도 학생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거나 의자를 끄덕인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누군가 유리창 너머로 그 꼴을 본다면 마치 불량 교사가 모범생을 괜히 드잡이질하는 것처럼 보일 테다. 니노미야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안경을 벗어 눈 앞머리를 꽉 눌렀다.

“선생님 시력 좋은데 왜 안경 쓰세요.”

“나 시력 나쁜데?”

“좋으신 거 다 알아요. 저번에 체육대회...”

“그런 것도 다 기억하니.”

다시 안경을 쓰자 학생은 괜히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뭐야? 솔직히 그런 심정.

반장을 맡기지 말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니노미야는 늘 들고 다니는 파일철로 고개를 숙인 학생의 턱을 들어 올렸다. 눈이 마주쳤는데 학생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놈 봐라. 뭐 그런 생각.

“그야...”

“응?”

“저 산수가 약해서요... 화학도 잘 못하고. 근데...”

“그래. 그건 알아.”

“아니에요...”

갑작스레 태도가 부드러워진 학생에 니노미야가 괜히 당황했다. 뭐냐 너. 뭐 자기가 고백이라도 받은 것처럼 말을 흐리니. 턱을 들어올렸던 파일철을 빼서 교탁에 올려뒀다. 학생은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뒀던 손을 맞잡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턱이 움찔거렸는데 영 음절 하나 튀어나오지가 않아서 니노미야는 괜히 답답해졌다.

“뭐가 아닌데?”

“선생님 시력 좋은 걸 어떻게 아냐면요. 계속 지켜봤으니까요.”

“나를? 왜?”

“왜냐면요. 좋아하니까요....”

학생은 고개를 아까보다 더 푹 숙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니노미야는 남학생의 고백에도 여학생의 고백에도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야 라는 뻔한 대사를 내뱉을 생각 만만, 그러나 그럴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던, 상식적인 교사였는데.

명찰에 구자체로 적힌 사쿠라이라는 이름을 한 번 더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대답 없이 이전에 사귀었던 여자들의 얼굴을 한 번 줄지어 떠올려 보았다. 어쩐지 비슷한 인상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 마지막에 사쿠라이를 넣어 봤는데 별로 위화감이 없어서. 

“그래?”

라고 대답해 버렸다. 아직도 이 일을 후회... 조금 한다. 




반장을 맡은 사쿠라이는 주변의 말에 의하면 더할 나위 없는 모범생. 용모반듯 품행단정. 왠지 선도부를 했을 법한 태도. 학우들에게 친절하고 선생님들에게 싹싹하고. 국어를 잘하고 산수가 약해서 니노미야 옆자리 수학 선생님께 문제집을 들고 찾아오는 일이 부지기수. 전달사항은 빠짐없이 두 번씩 전달하고 가정통신문을 걷을 때는 알아서 출석번호순으로 정렬해 오는 반장. 그래서 니노미야는 하나도 귀찮을 게 없을 줄 알았다. 반장을 시킨 것도 사쿠라이의 자진신고가 아니라 주변의 추천에 의해서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주변 학생들의 보는 눈에 솔직히 조금이나마 감탄했는데. 

니노미야의 앞에서만 사쿠라이는 자꾸 삐딱선을 타려고 한다. 부장교사가 넌지시 피어싱 얘기를 꺼냈을 때 실은 이름을 착각한 게 아닌가 해서 되물을 뻔도 했다. 그날 방과후 교실에 따로 불렀던 건 그걸 물어보려고 한 거였는데 누가 봐도 반짝거리는 피어싱이 귀에 한자리 잘 차지하고 있길래 속으로는 괜히 울컥.

사회와 가정에서 억압받아서 이런 쪽으로 발산하고 싶어하는 건가 했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삼남매 장남이랬는데 부모는 딱히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날 교무실에 돌아가 괜히 학기초 희망 진로사항칸을 다시 살펴봤는데 학부모의 희망 진로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본인이 원하는 장래희망’

너 정말 왜 그러니.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다음날 사쿠라이는 다행히도 금발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것 가지고 다행이니 뭐니 얘기할 처지가 아니었다. 똑같이 방과후 뒷문을 열어젖히고 얼른 꺼져버리시지요, 라는 말을 내뱉은 니노미야의 뒤를 사쿠라이는 제일 나중에 교실에서 나와 따라왔다. 발소리를 알아챈 니노미야가 뒤를 돌아보자 사쿠라이는 산뜻하게 웃었다. 

선생님 잠깐만 따라와보세요. 그 말에 니노미야는 어쩔 수 없이 사쿠라이를 따라갔다. 사쿠라이는 니노미야를 대동하고 교사 화장실에 들어갔다. 넌 학생이잖아, 그렇게 말하려다가 입아플 짓이다 싶어 입을 다물었다. 비어있는 칸에 들어가더니 니노미야를 잡아당겨 그 좁은 칸에 같이 들어서고는, 잠금쇠를 잡아당겨 걸고, 사쿠라이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피어싱 뺄 테니까요...”

“응.”

“키스해주세요.”

그야말로 기절이다. 사쿠라이는 니노미야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 당돌한 새끼. 이럴 줄 알았으면 체벌 금지를 있는 힘껏 잊어버리고 그날 혼을 내 줬어야 하는 건가. 당장이라도 문을 열어젖히고 뛰쳐나가 사쿠라이를 복도에 무릎이라도 꿇리고 싶을 정도로 확 열이 차올랐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키스해줄테니까...’ 그 말을 했던 전 여자 친구가 문득 떠올랐다. 전혀 다른 태도인데도 왜 갑자기 그 사람이 떠올랐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피어싱 먼저 빼. 니노미야는 귀찮은 듯 말했다. 언젠가 교무실에서 누군가 급하게 짐을 빼던 다음날부터 돌던 소문에 동료 교사들이 한두마디씩 말을 붙이던 게 생각난다. 이시무라 선생님이요. 학생이 고백해서 사귀다가 걸렸다든데. 그래요? 네. 근데 그 학생이 졸업하자마자 결혼하자고 했다고. 어머. 이시무라 선생도 거의 울면서 말했대요. 진짜 사랑하는 거라고.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부모들은 뭐래요? 글쎄 그것까진... 교사에게 고백해오는 학생들은 제법 있다고 했지만 니노미야는 그게 전혀 자신의 일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런 판타지, 갖고 있던 적도 없고. 나, 이대로 독신이면 독신인 채로 살고, 때 되면 적당한 사람 만나서 정상 가정 꾸리고, 정상적인 사회에 편입되리라, 생각해왔다고. 

사쿠라이는 손을 뻗어 왼쪽 귀의 피어싱부터 빼냈다. 그걸 손에 쥔 채로 오른쪽 귀의 피어싱까지 뺐다. 근데 그러고도 머뭇거리길래 니노미야는 뭐 하느냐고 물었고, 사쿠라이는 멋쩍은 듯 바지춤에 잘 찔러넣은 셔츠를 빼내더니 자기 배를 보여 주었다. 

니노미야는 당황해 차마 그걸 어떻게 쳐다봐야하나 하다가, 사쿠라이의 ‘이것도 빼요?’ 라는 말에 다시 사쿠라이의 배를 보았다. 배꼽에도 피어싱이 반짝이고 있었다. 기가 차서 나참, 하는 말밖에 나오지가 않았다. 그냥 둬, 그거는. 니노미야는 한참 말이 없다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 말을 들을 때까지 사쿠라이는 얌전히 셔츠를 들어올린 채였다. 그러더니 니노미야에게 손 좀 달라고 말했다. 손은 왜, 라고 생각하면서도 니노미야는 순순히 오른손을 뻗어 손바닥을 폈다. 그러자 사쿠라이가 자기 손에 쥐고 있던 피어싱 한 쌍을 그 위에 곱게 올려 주더니, 선생님이 갖고 있어 주세요, 라고 했다. 도무지가 선생이 진도를 따라갈 수 없는 학생이라니, 내 교사 평생 처음이다, 그렇게 말하려다가, 그냥 주먹을 쥐었다. 그 주먹을 주머니에 집어넣어 피어싱을 털어넣고는, 화장실 문을 열려고 했는데 사쿠라이에게 저지당했다.

“피어싱 뺐으니까요...”

“응?”

“역시 키스해주세요. 저 착한 아이죠.”

너 좀 있음 이제 성인 아니니, 착한 학생도 아니고 착한 아이는 초등학생한테나 쓰는 말이지, 라고 하려다가, 니노미야는 괜히 피곤해지는 기분에 입을 다물었다. 니노미야가 평소와 다르게 말이 없자 사쿠라이는 지레 겁을 먹었는지 슬금슬금 눈치를 봐 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못된 척해 보려고, 엇나가 보려고 해도 습성이 모범생이다, 그런 거지. 어라 이것 봐라. 그게 재미있어서 니노미야는 자기도 모르게 키스해주었다. 지금도 그건, 조금은 후회하지만, 본능이 이성을 이겼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안경에 코가 틱틱 걸려 불편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입술이 축축해지자 니노미야는 혀에 힘을 줘서 학생의 입을 열었다. 자기가 먼저 키스해달라고 한 주제에 혀가 굳어 제대로 따라오지도 못했다. 니노미야는 손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 어정쩡하게 가슴팍 위에 두고 있는 걸 보고 왼손으로 그걸 풀어서 자기 어깨에 올려 두게 했다. 오른손으로는 학생의 눈을 감겨주었다. 모범생은 순순히 체온을 따라 눈을 감았다. 혀가 얽히자 숨이 차는지 잠깐씩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벅차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괜히 우스웠다. 잘하지도 못하면서 왜 해달라고 한 거지. 이와 잇몸 근처를 혀로 누르자 턱에 힘이 풀려서 침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때서야 니노미야는 사쿠라이를 자신에게서 떨어트려 놓았다.

“이제 됐지? 반장.”

“반... 반장. 이름 아시잖아요.”

“건방진 학생을 이름으로 불러 주고 싶지가 않네.”

“너무해.”

사쿠라이는 그렇게 말하며 손등으로 턱과 입가를 훑어 닦았다. 키스 한 번에 침이 질질 새는 상대는 나도 싫거든요. 나 간다. 니노미야는 먼저 화장실 칸의 문을 잠금쇠를 열고 나와 교무실로 향했다. 지친다 지쳐.. 앞으로 더 벅찬 게 기다릴 줄은 모르고.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외친 뒤 주차장으로 와 차에 시동을 걸었을 때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허벅지를 날카롭게 찔렀다. 미간을 찌푸리면서 주머니에 황급히 손을 집어넣자 피어싱 한 개가 딸려 나왔다. 헛웃음이 났다. 조수석 글로브 박스를 열어서 나머지 한 개까지 끄집어내 그곳에 집어던지듯 처박았다. 

그게 방아쇠가 됐는지 사쿠라이는 매번 니노미야의 퇴근을 기다렸다. 교무실 앞에서 지나가는 선생들을 만나면 선생님과 상담이 있다는 식으로 둘러대면서. 아님 반장이라서 전해드릴 게 있다는 식으로. 니노미야도 매번 그렇게 사쿠라이를 복도에 세워두는 매정한 교사가 되는 게 걸리적거려서 하루는 아예 그냥 화장실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더니 사쿠라이는 야속하게도 말을 참 잘 들었다. 차라리 정말로 양키라서 막 나가는 애라면, 멋대로 옥상이나 뒤뜰에 가서 담배라도 피우고 시간 죽일 텐데. 도대체 화장실 좁은 칸 안에서 뭘 하면서 기다리는지.

황당해서 말을 잇지도 못하는 니노미야를 보고 사쿠라이는 웃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반장 같은 거 시키지 말 걸 그랬지. 

하루는 문에 기대서 화장실 바닥에 무릎꿇은 사쿠라이의 정수리를 바라보다가.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이거 이대로 들키면 내가 더 비난받을까 니가 더 이상한 눈초리를 받을까. 학생을 교사 화장실로 불러서 자지 빨게 시키는 저질 교사라고 잘리는 걸까, 교사에게 고백 공격을 해놓고 선생님 자지 빨고 싶다고 불러냈다는 이상한 학생이라고 이지메라도 당할까, 그런 생각에. 차마 입에서 성기를 뺄 타이밍을 놓쳐서 얼굴에 싸질렀을 땐, 이제 니노미야조차도 이성을 찾는 건 그만두기로 다짐했다.

그 다음날 사쿠라이는 안경을 쓰고 등교했는데 니노미야는 복도를 지나가는 사쿠라이를 불러다 멈춰세웠다.

“모범생 어디 가?”

“학생회요.”

“웬 안경?”

“선생님도 안경 쓰시잖아요.”

“너 눈이 빨간데? 결막염 그런 거 아니니? 안경이 아니라 안대를 해야 되는 거 아냐?”

“결막염 아닌데요.”

“그럼 뭔데? 병원 가 봤어?”

“어떻게 가요? 선생님이 얼굴에 싸서 그런 거를...”

“아.”

니노미야는 뒤에 지나가는 학생들이 들을까 괜히 말소리를 죽이라고 핀잔을 줬다. 답지 않게 니노미야를 한번 노려본 사쿠라이는 더 말을 하지 않고 갈 길을 갔다. 

간만에 실험이 생겨서 화학실로 가면서 니노미야는 괜히 속으로 궁시렁댔다. 그러니까 늘 말하지만, 시작한 건 본인이면서 왜 나한테 승질을 내는 걸까, 하고. 





넋을 놓고 하염없이 빨아들이느라 불이 필터까지 다가온 걸 몰랐다. 아뜨. 손끝이 데였다. 바닥에 던져진 꽁초를 발로 비벼 끄고 휴대용 재떨이에 주워 넣은 니노미야는 다시 교무실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저질이라니. 학교에서, 그것도 화장실에서 키스해달라고 한 건, 학생 쪽이지? 게다가 쇼타콤이라니... 자기가 먼저 좋아한다고 했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참. 그런 것만 빼면 사쿠라이는 좋은 학생임에 틀림없었다. 니노미야가 눈에 쌍수를 켜고 결사 반대를 한다고 단식 시위를 해도 사쿠라이가 나온 유치원이며 초등학교, 중학교 선생들까지도 우르르 달려나와 변호해줄 게 뻔할 정도로. 

교무실 자리로 돌아가 진로조사서를 또 뒤적이고 있는데, 사쿠라이의 학부모가 '본인 희망' 이라고 적은 건 분명히 기억이 나는데도 정작 사쿠라이가 뭐라고 썼는지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출석번호대로 뒤져 사쿠라이 것을 펼쳐 놓는 순간. 

숨이 탁 막혔다. 

'교사' 두 글자에.

점심시간도 아닌데 니노미야는 슬그머니 빠져나와서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또 후지산을 바라보았다. 날이 아주 맑아서 후지산이 아주 무척이나 잘 보였다.





생물의 이마다 선생이 갑자기 독감에 걸려서 급하게 결근한 결과. 자습 시간으로 바뀌어서 니노미야는 금쪽같이 비어 있던 시간을 자습 감독이라는 곳에 할애해야만 했다. 책이나 읽을까 싶어서 뒷주머니에 엊그제 산 문고판을 쑤셔넣고 종소리에 맞춰 교실로 들어갔다. 

뒷문으로 들어가 종이 쳤는데도 떠들고 있는 녀석들의 정수리를 책등으로 두더지잡기하듯 치면서 칠판으로 나아갔다. '자습' 두 글자를 적어 놓고 의자를 끌어다가 교단에 앉은 니노미야는 책에 시선을 처박은 채였다. 여기에 집중 안 하면, 자기도 모르게 사쿠라이를 보고 있을 게 뻔하니까, 그럼 나중에 무슨 소문이 또 돌지 모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 장 두 장 페이지를 넘겨가다가, 남학교인데 뭐 그런 것까지 고민했던 거냐, 라는 생각이 뒤이어 들었다. 

읽다 만 곳에 책끝을 접어 두고 교탁에 올려두자 자습은 하지 않고 떠들던 녀석들만 덩달아 괜히 조용해졌다. 앞에서 두 번째, 가운데 자리에 앉은 사쿠라이는 니노미야를 신경도 쓰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문제를 푸는 듯했다. 

뭐 공부하는지나 보자, 하는 마음에 니노미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뻐근한 어깨를 한 번 풀고 슬렁슬렁 사쿠라이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니노미야가 점점 다가가자 사쿠라이는 들키지 않도록 눈을 내리깐 채 그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깨가 굳어 바짝 올라섰다. 허리를 숙여 사쿠라이가 풀던 문제집이 수학도 아니고 화학인 걸 확인한 니노미야는 팔을 들어 굳은 사쿠라이의 어깨를 확 눌렀다. 누가 보면 또 불량 교사가 모범생을 괴롭힌다, 라고 할 그림이 된다.

“이런 거 말고 수학을 풀어야지.”

“선생님 화학 선생님이잖아요...”

“화학보다 수학이 중요하니까... 나 온다고 이런 거 펼쳐 놓지 말고.”

좀 거칠게 팔을 떼어낸 니노미야는 그래도 내심 기특한 마음에 사쿠라이의 뒤통수를 막 헤집어 놓았다. 뒷자리로 가면서 니노미야가 자는 놈들을 깨울지 말지 고민하는 동안 방금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간 고교생의 뒷덜미가 벌겋게 익어 갔다.





“제가 분명 좋아한다고 했는데요.”

“응.”

“연락처도 안 알려 주고요.”

“너 지금 난파하냐. 내 연락처 첫날 나눠준 가정통신문에 다 있는데 뭔 소리야.”

“전화해도 안 받을 거죠.”

“아파서 학교 빠진다는 전화면 받고.”

“내가 한 말들, 단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거죠.”

화장실에서 아직도 가만히 서서 자신을 기다리는 사쿠라이를, 말도 없이 한참을 바라보던 니노미야가, 이쯤 되면 울겠다 싶을 때 턱짓해 밖으로 불러냈다. 

곤란하다. 애초부터 무게가 균형도 안 맞는 채로 달려 있는 양팔저울처럼. 한쪽이 계속 기울어져 있는데도 내 탓을 하니까.

주차장까지 따라나온 사쿠라이는 여기에서 할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니노미야는 차 잠금을 풀더니 운전석에 올라탔다. 자연스럽게 운전석 창문 쪽으로 향하는 사쿠라이를 보다가 창문을 내려서, 타, 한음절을 내뱉었다. 사쿠라이는 여태까지 해 온 게 없던 거라도 된 듯 정말 조수석에 타는 거냐고 되묻고, 머뭇거리다가 누군가 퇴근하려는 기색을 느꼈는지 재빠르게 조수석에 올라탔다. 시동만 켜 둔 채 니노미야는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좋아할래?”

“네?”

“아니. 언제까지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그야...”

“만약 들키면 넌 어떨지 몰라도... 난 모가지야. 알지?”

“네...”

“그러니까. 언제까지 좋아할 건지 들어 보자.”

“그런 걸 어떻게 정해요.”

“못 하겠어?”

“선생님...”

“됐다. 너 진짜 지독한 애야. 너도 알지?”

“그런 저를 상대해 주는 선생님도 어지간하신데요.”

“어떻게 한 마디도 안 져. 한 마디도.”

거기까지 얘기한 뒤 니노미야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었다. 차는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히터가 들어오자 사쿠라이는 조용해졌다. 학생, 조수석에 타는 사람은 말야, 운전자를 보조해 줘야 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니노미야는 차를 평소보다 얌전히 몰았다. 

멀쩡하게 생겨서 말이야. 열 살도 더 많은 선생이 뭐가 좋다고 따라다니는지. 그거에 장단 맞춰 주는 나도 참 나지만. 길이 막혀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지나서야 니노미야의 차는 주차장의 구석 빈 자리에 멈춰섰다. 니노미야는 시동을 끄기 전에 사쿠라이를 깨웠다. 

“다 왔어. 내려.”

화낼 생각은 없었는데 사쿠라이는 잠든 것에 마음이 무거워졌는지 괜히 니노미야의 눈치를 봤다. 조용히 가방을 챙겨 조수석에서 내린 사쿠라이는 잠깐 멍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니노미야가 말없이 앞서나가자 사쿠라이는 조급하게 그 뒤를 쫓았다. 엘리베이터에 올라서서도 조용하자 사쿠라이는 힐끔힐끔 니노미야를 훔쳐보았다.

여긴 러브호텔인데. 사쿠라이는 가쿠란을 숨겨 보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가방을 가슴팍에 당겨 끌어안는 걸로 무마했다. 니노미야가 그런 사쿠라이를 돌아보더니 한마디 했다. 무인이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여기 교복 입은 애들 천지다.

말없이 방을 고르고 카드키를 챙긴 니노미야의 뒤를 멍청하게 쫓아다니면서 사쿠라이는 마른 침을 계속 삼켰다. 아아. 이런 건 아닌데. 이런 남자는 내가 좋아한 선생님이 아닌데. 내가 좋아한 선생님은, 잘 모르겠는 몰인지 아보가드로인지를 엄청 알기 쉽게 잘 알려 주지만, 절대 다정하지도 않고, 종례도 애들을 내쫓듯이 하면서, 반장 일을 잘하면 가끔 사탕이나 쥐여주는, 그런 무심한 선생님인데. 책상에는 처음 보는 책의 문고판이 드물게 놓여 있는, 내 담임 선생님, 내 선생님인데...

그러나.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런 선생님에게 일부러 못되게 군 것. 엇나가 보려고 한 것. 집에서 혼자 피어싱을 뚫으려다가 차마 겁이 나서 병원까지 가 양 귀에 구멍을 내고 돌아온 것. 답지 않게 말대답을 꼬박꼬박 자행한 것. 선생님을 화장실에 끌고 가서 양아치처럼 키스해달라고 한 것. 스토커처럼 퇴근길을 기다렸다가 선생님 바지를 내려서 자지 빨게 해 달라고 한 것. 그것 다 내가 한 거니까...

이를테면 자승자박이라든가.

“왜?”

“왜... 저를 데려오셨나 해서.”

“학교에서 별거 다 했으면서 막상 겁나?”

“그런...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안경을 벗어서 침대 탁자에 던지듯 올려둔 니노미야가 먼저 입을 맞췄다. 사쿠라이는 반항할 생각도 못해서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머리가 침대 등받이에 퍽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아프단 말도 없었다. 니노미야는 괜히 일전에 건방지게 굴던 사쿠라이가 생각나서 웃었는데 사쿠라이는 턱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선생님...”

“응?”

“무서운데요...”

“나도 너 무서웠어, 처음에. 알아?”

“몰라요... 그런 거.”

여자 친구도 없는 독신에 젊은 선생님이라니. 참 사뭇 여학생들이 꼬이기 좋은 설정이었지만. 여자애들은 다가오지도 않았고 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남학교. 그러니 다가온 녀석은 모범생이라면서 어딘가 머리가 좀 이상한 듯한 반장. 쥐새끼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게 이전에는 본 적 없는 모습이라 괜히 니노미야는 웃음이 났다.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 교사가 학생 데리고 러브호텔 갔다고 하잖아? 그럼 나 모가지니까. 직장은 물론 사회에서도 말야.”

“선생님 모가지라는 말 되게 좋아하시네요...”

“인마. 지금 그게...”

말을 하다 말고 니노미야는 자켓을 벗어 두었다. 벨트가 풀리는 금속음에 사쿠라이는 눈까지 감고 있었다. 

“학생이 선생님 한 번쯤 좋아할 수도 있지. 그래, 나도 돌이켜 보면 좋아하던 선생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말이야, 사쿠라이 군. 넌 있잖아, 방법이 잘못됐어. 남들이 다 착하고, 머리 좋고, 공부도 잘한다고 해서, 니가 하는 게 다 맞는 게 아니야.”

침대를 등진 채 셔츠 단추를 푸르면서 니노미야는 말을 이어갔다. 사쿠라이가 제대로 듣고 있는지는 관심도 없는 듯했지만, 그래도 말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사쿠라이 군. 오늘 선생님이랑 섹스한 건 어디 가서 무용담으로도 말하지 마. 알겠지?”

“네...?”

셔츠에 주름이 지지 않도록 자켓 위에 잘 걸쳐 둔 니노미야는 등이 바짝 굳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사쿠라이의 가쿠란을 벗겨 주면서 그렇게 말했다. 사쿠라이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듯 입을 뻐끔대기만 하고 영 말을 잇지 못했다. 선생님의 손길이 가쿠란을 벗기고 셔츠를 벗기고 벨트를 풀러 주는데도 손가락 하나 꿈쩍 하지 못했다. 

아직 바지에 안에 받쳐 입은 티셔츠 차림인 니노미야를 가만히 보던 사쿠라이는 그제야 말을 뱉었는데.

“아저씨 같아...”

이게 그 한마디였다. 

아저씨지 그럼. 내가 학생이니. 니노미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키스해주었다. 평소대로의 모범생으로 돌아온 듯, 사쿠라이는 고분고분 니노미야를 따라오고 있었다. 니노미야는 손을 뻗어 사쿠라이의 가슴팍을 험하게 쓰다듬었다. 바짝 굳은 아랫입술이 가련하기까지 하다. 

“젖꼭지 섰다.”

“선생님이 그렇게 만지니까...”

니노미야의 손이 한참이나 사쿠라이의 양쪽 유두를 괴롭히다가, 손끝에 열감이 느껴지자 방향을 틀었다. 십대는 살결이 부드럽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쿠라이의 허리춤에 손을 넣어 속옷과 한꺼번에 바지를 벗겨 아무렇게나 던져두자, 이제 사쿠라이에게서는 거의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키스해주고, 가슴을 만져 주고, 바지를 벗겼을 뿐인데도 사쿠라이의 성기는 빳빳하게 올라붙어 있었다. 젊음이 좋군. 그렇게 생각한 스스로를 역시 아저씨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니노미야는 그것을 입에 물었다. 사쿠라이에게서 히이익, 하고, 기겁하는 소리가 났지만, 어쩐지 니노미야의 머리통을 밀어내지는 않았다. 흘긋 보니 밀어내기야 죽도록 밀어내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가 없는지 손이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그래, 아무리 엇나가보려고 해도 말야.

생각해 보면. 늘 사쿠라이가 먼저 무릎을 꿇고 앉아서 펠라치오를 자청했을 뿐, 반대의 경우는 없었다. 자위야 해 본 적 있겠지만, 남의 입에 성기를 물려 본 적은 당연히 없는지, 사쿠라이의 허벅지에 힘이 단단히 들어갔다. 구강 내의 축축하고 뜨끈한 점막에 귀두부터 기둥까지 쓸려나가자 사쿠라이는 아까부터 힉, 힉, 하고, 내쉬는 숨도 없이 계속 숨을 들이키고 있었다. 이쯤 되니 안쓰럽기까지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니노미야라고 같은 남자의 좆을 빨아 본 적은 없었지만. 이러면 기분 좋아 하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혀를 굴렸다. 입안에 힘을 줘 사쿠라이의 성기를 빨아올렸을 땐 거의 숨이 넘어가는 듯한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지만 니노미야는 멈추지 않았다. 학생이 어려워한다고 진도 안 빼는 선생은 아니었고.

혀 끝을 뾰족하게 해서 요도구를 노렸는데 잘 맞지 않아서 어긋나자, 그제서야 사쿠라이는 손을 들어 니노미야의 머리통을 밀어내려고 했다. 일말의 양심인지, 착한 아이의 면모인지, 어른에게 힘을 쓰지 못하고 그저 머리에 손을 올려두는 것에 그치긴 했지만, 최소한 그만해 달라는 의사 표현은 충분히 됐다. 

“서, 선생님.... 선생님, 니, 니노미야 선생님, 그만, 그만해, 주세요,”

“응?”

입을 떼지 않고, 사쿠라이를 올려다 보지도 않으면서 대답한 니노미야 탓에, 목구멍을 울리는 말소리에 사쿠라이는 그 자극에 자기도 모르게 니노미야의 머리에 올려 둔 손아귀에 힘을 줘서, 니노미야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말았다.

“이제 놔 주세요, 선생님, 아, 그만, 저, 이제,”

안 들어도 그 다음에 올 말은 뻔했다. 쌀 것 같아요, 뭐 그거지. 그러나 사쿠라이가 생각한 것보다 니노미야는 집요해서, 그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들지 않았다. 니노미야의 입에 사정한 사쿠라이는 이제 거의 딸꾹질을 할 정도였다. 니노미야는 티슈를 뽑아 침과 섞인 사쿠라이의 정액을 뱉어냈다. 

사쿠라이의 왼쪽 유두를 꼬집은 니노미야가 빨간색 캡을 열어 손바닥 가득 뿌리자 사쿠라이는 마치 갓 잡은 생선처럼 퍼덕이기 시작했다. 그걸 그대로 방금 사정한 사쿠라이의 성기에 처바른 뒤 회음부를 타고 흐르는 젤을 모아 구멍을 더듬다 손가락을 꽂아넣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니노미야는 사쿠라이의 가슴팍을 만져 주거나, 자신이 빼지 말고 두라고 했던 배꼽의 피어싱을 아플 정도로 눌러 괴롭힌다거나 하면서, 사쿠라이의 성기가 다시 발기해 움찔거리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체온에 녹은 젤이 질퍽질퍽 소리를 낼 정도가 되자 니노미야는 손가락을 교차시켜 가위질하듯 구멍을 넓혀갔다.

“서, 선생님... 으, 흣, 니노미야 선생님,”

“왜?”

“나, 남자랑, 해, 헥, 해 본 적, 있으세요?”

“아니, 없는데? 여자랑은 해 봤지.”

“근데 왜, 왜...”

“나도 공부했지. 학생한테 알려 주려면 선생이 잘 알아야 하니까...”

더 이상 대답하기 귀찮다는 듯 니노미야는 말끝을 흐렸다. 사쿠라이는 왠지 모를 열패감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걸 보던 니노미야가 손을 뻗어 아랫입술을 깨문 이를 떼어내고 키스했다. 물에 빠진 사람을 막 건진 것처럼, 사쿠라이의 가슴팍이 눈에 띄게 오르락내리락거렸다. 혀로 혀를 간지럽히며 한참을 이어지던 키스를 끝내려 니노미야가 상체를 일으키자 사쿠라이의 턱이 따라 들렸다. 니노미야는 아직도 구멍을 쑤셔 주고 있는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그 턱을 가만 멈춰 두고, 벌어진 사쿠라이의 입에 서로 섞인 침을 떨어트렸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쿠라이는 그게 어쩐지 삼키라는 뜻인 것 같아 턱을 다물었다. 턱을 잡았던 왼손을 움직여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넘겨준 니노미야는 딱히 칭찬하지 않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콘돔을 까서 끼우는 모습을 빤히 보다가 사쿠라이는 그게 왠지 대단히 어른같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어른답다? 어른만 할 수 있는 행위를 함으로써 느껴지는. 아, 모르겠다. 그러니 이제 와서 저 동정이니까 물러 주세요, 같은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선생님과 자신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만 같아서.

한참 축축해진 회음부에 선단을 문지르던 니노미야는 말없이 삽입을 시작했다. 그때에 사쿠라이는 이제 거의 가엾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선생님... 니노미야 선생님, 아파요... 아파요, 그만,”

“응?”

“그만요, 안 들어가요, 그딴 거... 잘못했어요... 선생님,”

“들어갔는데?”

그렇게 말하며 니노미야는 접합부를 손으로 가리켰다. 뭣하면 사진이라도 찍어다 보여 줄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우으, 엑, 선, 선생님, 진짜, 진짜로... 아아... 아파요, 잘못했으니까,”

“뭘 잘못했는데?”

“그냥 다...”

“대답이 성의가 없네.”

“으응, 악, 아니, 아... 아니에요, 잘 말할게요...”

“그래? 그럼 마지막 기회.”

“그으... 선생님...”

“응?”

“저... 저어... 히, 이...”

“응.”

“뭐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

“네에...”

“그래서?”

“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세요, 네?”

그러니까 진작 말했지. 사쿠라이는 일탈자가 못 된다고. 바르게 태어나서 바르게 컸으니까 해 본 적 없으면 할 줄 모른다고. 니노미야는 씩 웃었다. 어쩌면 그걸 기다렸던 것 같기도 하고. 모범생은 선생님이 가르쳐 주기를 원한다. 

잘못한 거? 좀 건방진 것뿐. 그리고 또 좀 풍기문란한 것 정도. 니노미야는 그 정도로는 별로 혼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기꺼이 훈계에 나서기로 한다. 멈춰 있던 허리를 움직여 단번에 사쿠라이에게 가까이 붙자 신음도 아니고 헛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다가 토하면 얼마나 물어줘야 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것보다 눈앞의 학생 상태가 더 심각한 듯했다.

한 번도 써 본 적 없어 좁고 빡빡한 구멍이 힘겨웠다. 어느 쪽이든 간에. 니노미야는 아까 제자리에 돌려 뒀던 빨간 캡을 다시 가져와 접합부에 붓듯이 짜냈다. 열기에 말라붙어 찐득찐득한 소리를 내던 곳이 다시 질컥거렸다.

“선생님, 침대, 침대가 다 젖, 젖으면요,”

“아아. 괜찮아, 뭐. 그러라고 있는 곳인데.”

“햐.. 이잇, 으응, 앗, 그으, 매트리스 변상, 그, 그런 거, 막 해야 되는 거, 아니, 아니죠...” 

“사쿠라이 군...”

“으.. 흑, 에, 네?”

“그런 거 생각하기 전에, 힘 좀 풀어. 잘리겠어.”

“성, 선생님, 무슨 그런, 아, 앗,”

진짜 힘들어. 느리게 움직이면서 니노미야는 사쿠라이의 귓가에 대고 그렇게 중얼거렸는데 별로 믿어 주는 눈치가 아니었다. 한참을 천천히 움직이니 아프다는 말도 슬슬 줄어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던 니노미야가 사쿠라이의 허리와 아랫배 어드메를 손바닥으로 눌러 더듬다가 추삽질에 속도를 붙였다.

“아, 읏, 으, 으응... 윽, 히이.. 아아, 앗, 서, 선생니, 임,”

“으, 응? 바쁜 일?”

“극, 그게, 배에 손, 학, 손, 떼 주세요, 제발,”

“이거? 왜?”

“선생님이 자, 자꾸 누르니까, 아, 으극, 하.. 쌀 것 같, 아아... 앗,”

갈 것 같으면 말 안 해도 되는데, 라고 생각하며 니노미야는 사쿠라이의 부탁을 들은 둥 만 둥 하며 계속해서 움직였다. 중간에 사쿠라이가 거의 울듯이 애원하며 자기 팔을 붙잡은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가슴팍이 축축해 내려다보자 사쿠라이의 정액이 가까이 붙은 니노미야의 가슴까지 튀어오른 것이었고, 사쿠라이는 이미 거의 나른해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아아.. 나 그런 취향 없는데.. 아까까지 한껏 긴장해 오금이 빳빳했는데 이제 다시 손을 대 보니 힘이 풀려 있었다. 그걸 붙잡아 사쿠라이의 상체에 가깝게 누르며 속도를 좀 붙인 니노미야는 금세 사정했다. 니노미야로써도 영 익숙치 않은 섹스라 왠지 안에 싸버린 기분이 들어서 좆을 빼 보니 당연하게도 아까 끼워 둔 콘돔이 이끌려 나왔다. 빼서 묶은 뒤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주변도 정리하고, 눈을 반쯤 까뒤집고 누운 사쿠라이보다 먼저 씻고 나왔는데도 사쿠라이는 그대로였다. 

셔츠 단추를 채우며 니노미야는 사쿠라이를 흔들어 깨우고, 정신을 좀 차린 듯하자 생수를 건네면서 이렇게 물었다.

“혼자 씻을 수 있지? 안 되겠으면 지금 말해. 씻겨 주려면 셔츠 벗어 놓고.”

“혼자... 혼자 할 수 있어요.”

침대에서 일어나는 걸 도와주자 사쿠라이는 예의 그 얼굴로 돌아와 담배를 피우면서 벨트를 채우고 있는 니노미야를 노려보다가 욕실로 들어갔다.

사쿠라이가 머리의 물기를 다 말리고 밖으로 나와 니노미야가 던져 둔 자신의 속옷과 바지를 주워 입고 쓸데없이 가지런히 걸쳐 둔 셔츠와 가쿠란 소매에 팔을 끼워넣는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니노미야는 그 사이에 이미 넥타이까지 다 다시 맨 차림이었다. 이대로 밖에 나가면 절대 러브호 따위엔 온 적 없는 사람처럼 보일 테다.

카드키를 반납하는 니노미야를 따라가면서 사쿠라이는 아까처럼은 아니지만 있지도 않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듯 주춤주춤 가쿠란을 가리려고 노력했다. 별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다시 주차장으로 향하는 니노미야를 무작정 따라가려다, 아, 이쯤에선 역시나 헤어져서 따로 가는 게 맞을지도, 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멈췄다. 그런데 그런 사쿠라이를 돌아본 니노미야는 눈썹을 일자로 만들고 성가시다는 듯 사쿠라이에게 이리 오라는 식으로 손짓했다.

헤드라이트 앞에 선 사쿠라이를 보면서, 니노미야는 셔츠 앞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또 한 개비 입에 문 채로 조수석을 향해 턱짓했다. 사쿠라이가 타지 않으려는 낌새를 보이자 한참 타들어가는 담배를 오른손에 들고, 몸을 차에 기댄 채로 말했다.

“사쿠라이 군, 교사가 되려면 말야. 가르치는 것도 배워야 하지만 배워야 하는 법도 또 알아야 하는 법이야.”

“으응.”

“반장, 방과후 개인 교습도 하고, 상담도 해서 시간이 늦었으니, 담임 선생님이 직접 데려다드리겠다는데, 싫어?”

“싫어요.”

“아깐 좋다며.”

“그게 이건 아니니까.”

“얼른 타. 문이라도 열어 줘야 되나?”

“혼자 갈 수 있어요. 저 그렇게 안 어리잖아요.”

“너 여기가 어딘지는 아니. 차 타고 오는 내내 잤으면서.”

“그건... 일단 어디든 역으로 가 보면.”

“됐네요. 태워 준다구 할 때 타시지요. 이렇게 보냈다가 내일 아침 뉴스에 나올까 싶으니까.”

“그러니까 그럴 일 없다고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쿠라이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니노미야가 말한 대로 이 근처가 도대체 어디인지도 감을 못 잡겠는지 투덜대며 조수석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손가락으로 남은 불티를 털어내 끈 니노미야는 꽁초를 휴대용 재떨이에 집어넣은 뒤 시동을 켰다. 벨트도 해 줘야 되는 건 아니지, 라는 농담을 하려다가 이미 사쿠라이의 가슴팍을 가로지르는 삭막한 벨트를 보고 그만뒀다.

집이 어디냐는 말에 사쿠라이는 고분고분 차가 가기 편한 주소를 불렀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고 엑셀을 밟자 사쿠라이는 등을 반듯하게 펴서 앉았다. 아까는 정말 잘 생각이 없었는데 잠들어버렸다는 걸 말하려는 듯이. 그걸 보다가 니노미야는 그냥 자도 된다고 했는데 사쿠라이는 거절했다. 잠시 실갱이를 하다가, 너 지켜보다가 사고 나면 어떡할래, 라는 니노미야의 말에 사쿠라이는 꼬리를 내렸다. 대신 입술이 한뼘이나 튀어나온 채로 등을 기대 편하게 앉자, 솔직히, 잠이 쏟아졌다.

“입 집어넣고.”

“원래 그렇게 생겼어요...”

그 말을 끝으로 사쿠라이는 깜빡 잠에 들었다. 아까처럼 부드럽게 시내를 달린 니노미야의 차는 사쿠라이가 불러 준 주소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니노미야가 도착했다며 깨우자 사쿠라이는 펄떡 일어나는 탓에 벨트에 가슴이 탁 걸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풀러내고 가방을 챙겼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 얼른 자 늦었다.”

조수석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는 듯 보이던 사쿠라이는 방향을 조금 틀어 운전석 쪽으로 다가왔다. 니노미야가 눈썹을 치켜올려 무슨 일이냐고 물을 심산으로 창문을 지익 내리자 사쿠라이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선생님.. 학교는 금연 구역이에요. 옥상에서 담배 좀 그만 피우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이번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집으로 들어갔다. 

니노미야는 집으로 차를 돌리면서, 러브호텔에 자신의 도수 없는 안경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차마 그 비싸지도 않은 안경을 되찾으려고 그곳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가 않아서, 그냥 계속해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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