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퀴즈쇼 2⟩
혼마 토시오 × 카미야마 사토루
끼이익.. 구치소 철문이 닫히는 소리... 바닥엔 드물게 눈이 소복히 내려앉아 있다. 그의 출소를 축하하듯. 하아... 이제 앞으로 어떡해야 할까.
우선은 담배가 무척 피우고 싶다.... 혼마는 하늘을 쳐다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숨을 내뱉자 흩어지는 입김이 연기처럼 느껴진다.
“오랜만이에요.”
그제야 눈앞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카미야마다. 카미야마 사토루. 아니, 지금 눈앞의 모습은. 은하TV의 MC 카미야마....
TV에 나오는 그 모습 그대로. 지금 여기 혼마 토시오의 앞에 버젓이 서 있다. 그에게는 눈송이 하나 묻어 있지 않다. 말짱하고 깨끗하다. 혼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카미야마도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의 양손 위엔 두부 한 모. 마치 눈송이처럼.
혼마가 움직이지 않자 카미야마가 그에게로 다가왔다. 한걸음 한걸음. 혼마와 딱 한걸음만을 남겨두고 카미야마는 멈춰섰다. 그러고는 혼마를 향해 팔을 뻗었다. 양손을 내민 자세. 두부 한 모.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おかえり。”
눈을 잔뜩 휘어 웃으면서. 어쩌면 누군가는 가식적이라고도 느낄 수 있을 법한. 그러나 그 웃음은. 카미야마가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웃음이다. 오로지 십년 전의 혼마와 미사키에게만 허락된 웃음. 혼마는 자기 앞으로 내밀어진 두부 한 모를 내려다보았다. 어디서 이상한 걸 배워왔어. 이런 거 내가 안 가르쳤는데. 순식간에 엄청나게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이걸 확 쳐버려서 바닥에 떨어트려버릴까 하는 충동. 눈이 쌓인 바닥에 두부가 떨어져 으깨진다면. 그럼 카미야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제까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을까. 스쳐지나가듯 바라보면 아무도 눈치 못 챌 텐데. 온통 새하얗기만 하니까.
꽤 오래 기다린 듯했지만 카미야마는 혼마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내버려둘까? 그럼 팔이 무지 저릴 텐데. 혼마는 다시 카미야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가 만들어 놓고 내가 세팅해 놓은 그 겉모습 그대로. 내가 이 세상과 분리되어 지내는 동안. 단 한톨도 변하지 않은 그 모습. 일부러 카미야마에 대한 소식은 일절 피해 왔다. 나의 계획을 벗어난 카미야마의 모습을 알고 싶지 않아서.
혼마는 그대로 손을 뻗어 두부를 움켜쥐었다. 그의 손에서 두부가 으스러졌다. 카미야마는 순간 어깨를 움찔했지만 다시 자세를 바로 하고, 한참이나 뭉개져버린 두부를 바라보다가, 가벼워진 손 위를 느끼고, 혼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말이 없다. 이봐. 내가 없는 동안, 벙어리라도 됐어? 원래대로의 하얗고 네모난 형태를 잃어버린 두부를 손에 쥔 혼마는 그대로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눈은 카미야마의 동공에 고정한 채로. 그를 바라보면서 두부를 씹어 넘겼다. 아무 맛도 아무 식감도 느껴지지 않아. 식도로 넘어가는 것보다 손에 묻은 게 훨씬 많다. 혼마의 턱이 카미야마를 씹는 듯이.
울적해보이지도 않았고 놀란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화난 것 같지도 않고.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카미야마는 여전히 혼마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혼마가 손을 내려 으깨진 두부의 파편들을 털어내는 것까지 기다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갈까요?”
들고 있던 일회용 접시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주머니에서 또 새하얀 손수건 하나를 꺼내, 혼마의 더러워진 손을 하나하나 꼼꼼히 닦아주었다. 허리를 펴고, 카미야마는 다시 한 번 혼마를 쳐다보았다. 눈썹을 치켜뜨면서.
혼마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주변을 쳐다보았다. 저 멀리 검은 세단 한 대가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카미야마도 혼마가 그 차를 발견한 것을 알아챘다. 눈이 마주치자 혼마는 턱짓으로 가라고 했다. 카미야마의 구두가 소리없이 하얀 바닥을 즈려밟았다. 눈이 단단하게 발자국을 만들었다.
“두부가 뭐냐. 응?”
“요즘 영화를 많이 봐요.”
“담배나 한 갑 사오지.”
“뭐 피우는지 몰라서요.”
“나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거 아니었어?”
“변했을 수도 있고요.”
“변하면 얼마나 변했다고.”
*
당연하게도 혼마가 카미야마를 감금하던 그 방은 정리된 지 오래였다. 카미야마 소유의 맨션으로 차가 움직였다. 차에 올라타자 카미야마는 입에 지퍼라도 단 듯 단숨에 조용해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고개를 꾸벅꾸벅 숙여가며 졸기 시작했다. 병든 닭처럼. 뭐하는 거야. 혼마는 카미야마가 저렇게 졸다가 목이 확 꺾여 죽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마를 밀어 등받이에 기대게 했다. 자신의 손이 차가워서인지 카미야마의 몸이 원체 뜨거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마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꽤나 높았다. 그렇게 잘 기대고 자는가 싶더니,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카미야마의 고개가 스르르 혼마 쪽으로 떨어졌다. 앞이 아니고 옆으로. 지금 당장 고함이나 질러서 카미야마를 깨워버릴지. 아버지만큼 다정한 목소리로 카미야마에게 속삭여서 자신의 허벅지를 베고 자게 할지. 잠시 고민하던 혼마는 다시 손을 뻗어 카미야마의 고개를 어깨에 기대게 했다.
차가 주차장에 들어서자 카미야마가 일어났다. 자신이 혼마에게 기대 있는 걸 알아채자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곧 평소대로의 얼굴로 돌아왔다. 아주 정중하지만 상당히 예의 없는 태도의 MC 카미야마... 혼마는 왠지 자신이 만들지 않은 카미야마가 멋대로 재탄생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주인보다도 먼저 차를 박차고 일어나 나왔지만 고급 타워 맨션은 보안이 엄중했다. 더군다나 지금의 용태를 보기에 카미야마는 꽤나 주가가 오른 듯했고. 아니라면 현상유지. 원상복구? 혼마가 할복하듯 모든 것을 쏟아부은 퀴즈쇼가 어떻게 되었더라. 그 뒤로 카미야마는 어떻게 되었더라.
거대한 유리문 앞 가만히 멈춰선 혼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카미야마가 표정 없이 걸어와 아무렇지 않게 잠금을 해제했다.
“꽤 벌었어?”
“그런가. 잘 몰라요.”
“니 집이잖아.”
“그렇긴 해도... 혼마 씨도 알잖아요. 나 정신적으로는 막 스물이 되었는걸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혼마는 보석금을 내준다는 말을 굳이굳이 거절했다. 이렇게라도 오점이 되어 드린다고. 그동안 카미야마가 어떻게 살았는지...
분명히 그렇다. 정신이 열일곱이었던 카미야마. 난 그걸 무한히 유린했다.
혼마와 둘이 있을 때의 카미야마는 MC 카미야마의 매끈한 모습이 아니었는데. 그때 혼마가 감금시켜 두었던 카미야마 사토루는 어디로 갔을까. 혼마는 자신의 앞에서 눈 한 번 마주치지 못하고 자신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바들바들 떨었던 카미야마를 되새김질했다. 그래. 지금까지 느끼던 이질감. 그 카미야마 사토루가 없다. 내 눈 앞에는 지금 오로지 인류의 스타 진행자 MC 카미야마만이 존재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문을 열고 또 문을 열고. 카미야마의 집으로 들어섰다. 가구도 없고. 사람 사는 냄새도 나지 않고. 인테리어랄 것도 없었고. 이래서는 자신이 만들어 뒀던 그 감옥 같은 방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 없이도 잘 살았나 보네.”
“그런가요.”
“뭐가 그런가요, 야.”
“거기서는... 티비 안 나와요?”
카미야마가 소파에 먼저 앉고는. 아직도 일어서 있는 혼마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나오는데.”
“보지 않았어요?”
“뭐하러 봐. 질리게 보던 걸.”
“그럼 내가 뭐 하고 지냈는지, 하나도 모른다는 거네요.”
혼마는 카미야마 옆에 앉았다. 왠지 풀이 죽은 듯한 목소리. 왜 그런 말투야? 속이 점점 절절 끓는 듯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혼마는, 카미야마의 말에 대충 대답해주려는 심산이었다.
“나, 혼마 씨가 거기서도 나 볼 수 있게, 열심히 했어요. 오는 거 안 가리고요. 그런데 하나도 안 봤다니....”
“난 부탁한 적 없는데?”
“정말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상체를 살짝 틀어 카미야마는 혼마를 돌아보았다. 탓하는 거야? 크리스마스에 열심히 써서 트리 밑에 둔 편지에는 읽은 흔적이 없고 같이 두었던 쿠키와 우유는 자신이 내려둔 그대로인 모습을 맨 처음 발견한 어린이처럼. 카미야마는 상처받은 듯한 얼굴...
연기야. 카미야마 사토루는 이런 표정 할 줄 몰라.
“응. 본 적 없어. 너 보기 싫어서 티비 나오면 그냥 잤어.”
“너무하다. 왜 보기 싫었어요...”
그렇게 물어도 대답은 없었다. 혼마 자신도 왜 그렇게 카미야마의 근황을 피해다녔는지 알 수 없으니까. 말수가 많아지기 시작한 카미야마 탓인지, 여태껏 긴장하고 있던 신체가 멋대로 힘을 풀기 시작해서인지, 관자놀이를 때리는 듯한 편두통이 슬금슬금 찾아오고 있었다. 혼마는 소파에 기대 팔짱을 끼고 눈을 꽉 감았다.
“그렇게 보게 하고 싶었으면 차라리 면회를 오지 그랬어? 한 번도 안 왔잖아.”
“그거는, 왠지 싫어할까 싶어서... 너무 직접이잖아요.”
“면회도 싫다면 티비는 더 보지 않았겠지. 카미야마, 똑똑한 줄 알았는데... 머리도 아직 스물이야?”
카미야마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내가 없는 동안 머리가 더 어떻게 된 거야? 날 응당 무서워해야 하는 거 아냐? 당장 벌떡 일어나서 카미야마를 겁주고 싶은 마음에 혼마는 눈을 더 꽉 감고 말았다.
“나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혼마 씨가 만들어 주지 않아도, 카미야마 사토루로도 할 수 있다고 보여주려고요.”
“그래서. 잘됐어?”
“그런데 그걸 잘 모르겠어요.”
이젠 소파 팔걸이에 머리를 대고 누워버린 혼마를 따라서 카미야마는 소파 밑으로 내려왔다. 혼마의 얼굴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말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혼마 씨가 말하는 대로는 안 될 거라고 했는데. 그래서 혼자서 열심히 했어요. 나도 할 수 있다고. 누구한테도 도움 안 받고. 당연히 다시 퀴즈쇼를 할 수는 없었어요. 그러니까 혼마 씨가 없던 동안 나는 MC인 적이 없었던 거예요. 웃기잖아요. 저번 주까지만 해도 사람들을 몰아넣고 질책하고. 빈정거리고 비아냥거리고. 다 혼마 씨가 가르쳐준대로 했던 건데. 근데 사람들은 그런 카미야마를 좋아했던 거죠? 혼마 씨.”
“글쎄.”
“그래도요. 싫다고 안 하고. 울지도 않고 화도 안 내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좋아했어?”
“그걸 모르겠어요.... 난.”
“카미야마.”
혼마는 팔을 쭉 늘어트리고 카미야마의 이름을 불렀다. 카미야마가 주춤주춤 혼마를 마주보았다. 그러게. 이건 누가 만든 뭘까? 더이상 내가 만든 카미야마가 아니잖아. 손바닥을 전부 펼쳐서 카미야마의 머리통을 콱 붙잡았다. 아야. 카미야마는 조용히 읊조렸다. 시야가 혼마의 손에 의해 막혀 있다. 이 머리통에 지금 뭐가 얼마나 들어차 있는 거야? 열어서 확인해 볼 수도 없고...
혼마가 인상을 쓰는 만큼 손가락 끝에 힘이 점점 들어갔다. 아야아야. 카미야마가 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런 소리는 이제 혼마의 귀에 들어가지도 않고 어딘가에 막혀 툭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파요. 혼마 씨. 자신의 팔을 들어서 혼마를 쳐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손바닥을 떨어트린 혼마는 눈물이 조금 맺힌 카미야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젠 양손으로 카미야마의 머리를 꽉 잡았다.
아프단 소리도 하지 않고 카미야마는 입술을 말아 물었다. 혼마가 하는 행위에 맘대로 정당성을 붙여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카미야마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혼마는 소파 이외에 아무 가구도 없는 거실 바닥에 카미야마를 내던지듯 밀쳤다. 바닥에 뒤통수를 살짝 부딪힌 카미야마는 다시 작게 아, 라고 뱉어냈다.
“카미야마.”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어? 잘 세팅된 머리칼이 혼마의 손길에 사정없이 흐트러졌다. 혼마는 카미야마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왼손을 뻗어 카미야마의 턱을 붙잡았다. 입꼬리 끝을 문지르듯이 턱을 주물렀다. 만약 내가 시킨 대로 지금까지 웃고 있었다면. 얼굴에 쥐라도 나지 않았을까. 턱과 볼을 힘주어 쥔 탓에 카미야마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카미야마...”
손을 풀러내고 바닥에 가만히 누운 카미야마를 양팔 사이에 가두듯이 했던 혼마는 카미야마의 가슴팍에 이마를 쿵 내리찍었다. 윽. 단말마가 튀어나왔다.
다시 카미야마를 올려다보았다. 혼마가 뭘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카미야마의 눈동자가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디까지 이해해줄 수 있어? 카미야마. 텔레비전 방송 따위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도 됐는데. 내가 본다는 보장도 없는데. 시키지도 않은 짓을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했어. 어쩌려고. 뭐 때문에. 너 자신을 위해서? 카미야마 사토루로 살아가기 위해서? 그러려면 제일 먼저 버려야 하는 건. MC 카미야마 아니었어?
“그렇지만... 마, 막상 버리려고 하니까. 혼마 씨랑 연결되어 있는 게 이젠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혼마 씨가 만든 걸 내 마음대로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혼마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던 듯했다. 혀를 한번 찬 혼마는 팔을 내려 카미야마의 바지 벨트를 풀러냈다. 전조도 없던 행동에 카미야마는 차마 제때 반응을 하지 못했다. 바지를 대충 벗겨내고 속옷을 끌어내렸다. 카미야마의 한쪽 발목에 속옷은 걸린 채로. 카미야마의 얼굴을 올려다보지 않은 채로 혼마는 카미야마의 반응 없던 성기를 쥐었다. 어린애 달래듯이 슬슬 만져주자 금세 빳빳해지기 시작했다.
혼마의 손길에 카미야마는 몸을 뒤틀었다. 받아 본 적 없는 자극에 카미야마가 숨을 헐떡였다. 그제야 혼마가 고개를 들어 카미야마를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혼마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 건지 카미야마는 읽어낼 수가 없었다.
“아, 앗, 자, 잠깐, 호, 혼마 씨... 이, 이상해, 이상해요, 그만!”
사정감이 고양되자 카미야마가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 끝이 살짝 뒤집혔다. 혼마는 입을 다물고 계속해서 카미야마의 성기를 자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끄트머리를 막아낸 혼마의 손에 카미야마는 사정했다. 숨을 몰아 쉬고 있느라 가슴팍이 한참 들떴다가 가라앉고 있었다. 카미야마가 입고 있던 조끼 단추를 풀러버리고 셔츠까지도 풀어헤친 혼마는 손바닥에 질척하게 묻은 정액을 카미야마의 아랫배에 문질러 닦아내고 침을 뱉었다. 카미야마의 발뒤꿈치가 바닥을 밀어내고 있다.
구멍을 적당히 풀어준 뒤 혼마는 자신의 바지도 대충 내리고서 삽입을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로 카미야마의 몸에서 힘이 빠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행위에 카미야마가 익숙할 리 없지. 잠시 그렇게 생각한 뒤 혼마는 빡빡한 구멍에 성기를 쑤셔넣고 있었다. 다리가 거슬려서 한쪽은 잡아당겨 혼마 자신의 몸에 붙이고 한쪽은 아무렇게나 넘겨둔 채로 추삽질하고 있다.
정신의 공백과 신체의 공백. 카미야마에게는 큰 공동이 있고. 혼마에게는 뒤틀린 기억이 있다. 카미야마가 잔인하지만 아주 다정하게 혼마의 기억을 다시 맞춰 놓았다. 분쇄된 뼈를 되돌려 맞춰 두듯이. 그래. 실은 무척이나 아팠다. 잘못된 기억들. 모든 결과의 원인. 그래도 카미야마가 미웠다. 조금 더 일찍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었으면. 카미야마가 더 일찍 정신을 차릴 수 있었으면. 아니 처음부터 식물인간에 유사한 상태 같은 것, 되지 않았으면....
혼마 자신도 받아들일 수 없는 스스로에게 카미야마는 어땠더라. 왠지 집안이 눈이라도 올 듯이 추운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한다면 이제 카미야마와 멀어질 수 있어. 텔레비전 방송 따위에 나를 위해서 나오겠다는 생각을 버리게 할 수 있겠어. 출소하는 날 언제 나오는지도 모른 채로 하루종일 그 앞에서 기다리는 병신짓 이젠 카미야마도 하지 않을 테지.
경멸을 원했다. 시키지도 않은 친한 척. 쫑알쫑알 시끄럽게 떠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한참이나 멋대로 떠벌리고 있던 입. 나를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었으면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쳐오는 눈. 닿으면 화상이라도 입는 것마냥 떨어져버리는 손끝. 차라리 비겁한 인간이라고 손가락질해. 대중 앞에서 스태프들 앞에서 별의별 연예인들 앞에서나 떠들어. 내 앞에선 그 입 열지 말고 있어. 나와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마. 카미야마. 너, 혼자서 할 수 있다며. 카미야마 사토루로....
사정감이 올라온 탓에 혼마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는데. 카미야마는 혼마가 예상한 표정 중 그 어떤 것도 짓고 있지 않았다. 카미야마는 말이지.
괴로운 표정도, 슬픈 표정도, 아픈 표정도, 싫은 표정도, 하지 않고 있었다. 카미야마는 아주 살짝 기쁜 듯이 보였다.
억눌리고 있던 손바닥이 슬그머니 혼마의 손을 감싸왔다. 카미야마의 손바닥. 상당히 뜨거웠다. 추삽질을 멈추고 그 손바닥을 쳐다보자 카미야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미야마.”
“혼마 씨...”
“이봐, 카미야마. 나 지금 너 강간하는 거야! 알겠어? 자각이 있어? 좀 더 저항해. 좀 더 밀어내. 좀 더 싫어하라고! 그래야 하잖아. 너는 나를 반기면 안 돼. 넌 지금 이렇게 기뻐하면 안 되는 거야. 넌 나를 싫어해야 돼.”
“그치만...”
“너 내가 없는 동안 이상한 약이라도 했어? 그래서 이렇게 반항도 못하고. 그러는 거야? 연예계에서 내가 가르쳐주지 않은 건 다 해 보려고 했어?”
“그치만. 전 혼마 씨가 없으면 혼자잖아요.... 혼마 씨가 없으면.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걸. ... 알면서. 나 외로웠어요. 그동안. 그래서 안 쉬었어요. 일하러 방송국에 가면 적어도 혼자가 아니니까. 일을 안 하면 혼자고. 혼자 있으면 외로우니까... 그래도 나. 혼마 씨가 봐줄 거라고 생각해서 열, 열심히 했는데. 그러면 외롭지 않으니까. 그런데 아, 안 봤, 을 거라고는, 나...”
“카미야마. 카미야마... 카미야마! 시끄러워. 너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나 그동안 너무 외롭게 지냈어요. 이제 혼자는 싫어. 외로운 건 싫어. 어렸을 때부터 혼자인 거 하나는 정말 싫었는데. 혼자가 아니게 돼서 얼마나 기뻤는지 혼마 씨는 모르죠...”
시끄러워... 혼마는 카미야마에게 악지르듯 고함을 내뱉었다. 그러나 카미야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마의 손을 쥐어왔다. 가만히 멈춰버린 혼마를 빤히 쳐다봤던 카미야마는 팔을 뻗어서 혼마의 목 뒤에 얹은 채로 깍지를 꼈다. 그대로 잡아당기자 끈 떨어진 인형처럼 혼마는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카미야마에게 가까워졌다. 카미야마의 위로 쓰러졌다. 카미야마는 그런 혼마를 탓하지 않았다.
“혼마 씨한테 나, 더이상 필요 없어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구나. 그러면 됐어요. 나는.”
아주 아끼는 곰돌이 인형을 끌어안듯이 카미야마가 혼마를 끌어안았다. 한번도 그런 애착 담긴 대상을 가져 본 적 없었지만. 마치 그랬던 것처럼. 혼마의 양볼을 손으로 감싸쥔 카미야마는 혼마와 눈을 마주치려고 했다. 허리를 뒤로 빼려는 혼마는 무엇이 두려운걸까. 우악스럽게 굴 거면 마지막까지 그런 취급으로 일관했어야 하지 않는가. 이제 와서 카미야마를 밀어내려고 하던 혼마는.
아주 끈질기게 자신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는 카미야마 사토루를 마주했다. 자신이 닦아 놓은 겉모습을 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입버릇을 한 채로. 전혀 달라진 눈빛을 하고, 자신의 의지로 혼마를 붙잡고 있는. 누구도 아닌 카미야마 사토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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