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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밭의 천사

ns
2024. 08. 29.





드디어 시체를 보는가 했다. 부츠가 더 부서질 것도 없는 모래들을 눌러 밟았다. 옷까지 다 털어갔는지 사구에 고꾸라져 있는 몸뚱아리는 걸친 것 하나 없이 매끈했다. 모래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몸을 뒤집어 얼굴의 모래를 털어 주고 코 밑에 손을 대 봤다. 아주 얕게 뜨거운 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은 뭐라도 건질 게 있을까 해서 마음먹고 나왔는데 방향이 달랐다. 갈매기가 머리 위를 맴돌며 시끄럽게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아서...

어차피 이 지구에 남은 사람도 얼마 없을 텐데 괜히 누군가 쳐다볼까 해서 주위를 여러 번 둘러보고 그 몸을 추슬러 거주지로 돌아왔다. 

소파라고 하기도 어려운 그것에 몸을 올려 놓고 개중 가장 깨끗한 천으로 몸에 묻어 있는 모래들을 털어 주었다.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혹시 이곳에서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시체를 처리해 본 적은 없었다. 주인 없는 차를 털거나 해골이 지니고 있던 배낭을 훔친 적은 있었어도 아직 이런 경험은 없었다. 

물을 조금 가져와서 손에 적시고 얼굴에 탁탁 튀도록 했다. 그래도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좀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가지고 있던 물을 전부 얼굴에 부었다. 바싹바싹 말라가는 바깥과는 다르게 금방 적셔진 얼굴은 축축했다. 그 앞에 아까처럼 다시 쪼그려 앉아서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あ。”

“ん…”

“起きた。”

“うん?”

“死んだのかと思った。”

“何が?”

“あんたがよ。”

“ここ、どこ?”

“俺んち...?”

내가 뿌린 물에 젖은 속눈썹을 깜빡이던 그것은 금세 입을 열었다.

“しゃべれるんだ…”

“まぁ。”

“あんた誰?”

“わたしさっきまで天使だったから…多分、今も天使だけど。”

“え?”

“落ちちゃったの。地球に。”

“そんな…うそでしょ?”

“わたし噓なんかつけないし。”

'그것'은 자신이 천사라고 했다. 나는 믿지 못했다. 지구에 나무도 잡초도 다 사라지고 오로지 모래와 바다만 남아 있는 것도 아직 믿지 못하겠는데 방금 사구에서 주워온 몸뚱이가 천사라니 믿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자기가 천사라고 주장하는 그것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물기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매끈한 게 천사라고 거짓말하기 딱 좋은 얼굴이긴 했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부드러워 보였다. 몇 주 전 비상식량으로 숨겨 두었던 초콜릿 한 조각이랑 비슷한 색이었다. 

나는 천사라는 그것의 얼굴과 몸에서 모래를 전부 털어주었지만 머리카락은 털어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천사의 머리칼에는 모래가 묻어 있지 않았다.

데리고 오면서 전부 떨어졌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이곳의 모래는 다른 곳보다 조금 지독해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모래폭풍이 오는 줄 모르고 집 밖으로 나섰다가 일주일 내내 몸에서 모래가 떨어졌던 적도 있다. 나는 그 단순한 눈속임 같은 것 하나에, 속는 셈 치고 천사를 천사라고 믿어주기로 했다.

얼마 없는 옷가지 중에 그나마 입을 만한 것을 골라서 천사에게 건네주었다. 천사는 고맙다고 하면서 받아입기는 했지만 고개를 조금씩 갸웃했다. 왜 그런 걸 걸쳐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굳이 말을 걸지는 않았다. 

“なんでここに落ちちゃったの?”

“分かんない。”

“じゃあ、何なら知ってるの?”

“ここが君の家だってこと?”

“名前とか、ないの?”

“うん、天使でいいよ。”

“そう?”

“君は?”

“ニノって呼んで。”

“うん。わかった。”

천사는 이름 같은 것도 없었다. 주워듣기로는 미카엘 가브리엘, 뭐 그런 게 있지 않았나, 했지만, 지구로 떨어졌다는데 이름이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했다. 

“天使もなんかご飯とか食うの?”

“何も食べなくてもいいけど、ニノが作ってくれるなら食べるよ。”

역시 그런가. 어느새 자세를 바르게 고쳐 소파라고 해야 하는 그것에 앉은 천사는 그렇게 말했다. 금세 싱글싱글 웃으며 잘도 나를 '니노'라고 불렀다. 내가 그렇게 부르라고는 했지만. 1인용으로 나눠 놨던 식량들을 당분간은 2인용으로 줄여야 하나, 생각하면서 통조림을 열었다.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식사하면서, 이렇게 된 이래로 누군가와 마주앉아 밥을 먹은 건 참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상대가 비록 사람이 아니어도 나는 그랬다.

오늘은 더 이상 밖으로 나갈 힘이 없었다. 나는 천사를 데리고 방으로 갔다. 다 죽어가는 매트리스에 쓰러지듯 누웠다. 천사는 그대로 서서 나를 바라봤다. 난 옆자리를 손으로 턱 짚으며 누우라고 했다. 천사는 눕는 게 어색한 듯 겨우 내 옆에 누웠다. 

꿈도 꾸지 않고 푹 자 버렸다. 눈을 뜨니 천사가 먼저 깨서 옆으로 누운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天使も寝るの?”

“うーん、別に寝なくてもいいけどね。”

그럼 어젯밤엔 잠을 잤다는 걸까 자지 않았다는 걸까. 나는 까치집이 된 뒷머리를 스스로 쓰다듬으며 두명분의 밥을 차렸다. 천사는 어제처럼 내 앞에 앉아서 식사했다. 어제 이 시간까지만 해도 난 혼자였는데. 천사보다도 느리게 밥을 먹다가 그걸 깨닫고는 서둘러 숟가락질했다. 지구에 남은 건 바다와 사막밖에 없는데도 아직 이 근처 수도는 마르지 않았는지 조금이나마 물이 계속 나왔다. 나는 이미 몇십 리터 물을 받아 놨기 때문에 걱정 없이 설거지하고 양치질하고 씻고 나왔다. 씻고 나오면서 천사를 마주쳤는데, 천사도 씻어야 하는지 궁금해졌다가, 또 일전처럼 씻어도 되고 씻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대답할 것 같아서 묻지 않았다. 어제도 그랬지 않았는가. 천사의 머리칼에는 모래 하나 없었잖아.

사막에서 누군가 흘렸거나 버렸거나 차마 다른 사람들이 챙겨가지 못했거나 아직 남아있거나 하여튼 그럴 것들을 마저 챙기러 가는 게 작업이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으면서 천사를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여기 두고 가기엔 좀 그런가 싶기도 하고 데리고 나가는 것도 어쩐지 최선은 아닌 것만 같고 그랬다. 

“ついてくる?”

“どこ行くの?”

“仕事。”

“何の仕事?”

“まぁ。色々。”

“行ってみる。”

천사는 웃으면서 나를 따라온다고 했다. 나는 문득 천사의 발을 바라보았다. 남는 신발 같은 건 없었다. 천사에게 신겨 줄 신발이 없었다. 

“裸足で大丈夫? ケガするかもしんないよ。”

“大丈夫。わたし天使なんだもん。”

그럼 걱정 않고. 도구들을 이것저것 챙겨서 문을 나섰다. 천사는 가만히 나를 따라왔다. 한참을 말 없이 걷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천사는 내 발자국 위로 걸어오고 있었다. 두 명이 걸어왔는데 발자국은 한 사람분밖에 없었다. 

“あれ、ニノの?”

“うん?ううん。”

“どっち?”

“拾った。ここには持ち主がいないもの、いっぱいあるからさ。”

“それで、わたしも拾ったってこと? 持ち主がいないから?”

“そんなことないよ…言ったじゃん。死んだのかと思ったって。”

나를 놀리듯이 천사는 그렇게 물었다. 앞서가는 나의 등을 쿡쿡 찔러가면서 웃었다. 주인이 없다는 말을 잘도 하네. 캠프에서 도망치듯 뛰쳐나왔어도 죽어가는 사람을 못 본 척할 성격은 못 된다고... 나는 그렇게까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날은 수확이 없었다. 한참을 걸어서 안 가던 곳까지 갔는데도 텅텅 비어 있었다. 천사에게 신겨줄 신발 하나도 떨어져 있지가 않았다.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데 괜히 어깨가 더 무거웠다. 전부 기분탓이었다.

천사야.

“あんたさ、レプリカとか偽物なんじゃないの?”

“ううん、本物だよ。”

“本物の天使なら権能とか超能力とか、そういうのあんの?”

돌아갈 때 천사는 내 뒤가 아니라 옆에서 걸었다. 내 물음에 천사는 쿡쿡 웃었다. 내 질문 어디가 그렇게 웃긴지 또 묻고 싶었다.

“ニノ、これ見て?”

사막을 밟고 선 천사의 발 밑에서 물이 솟아난다. 차라리 신기루라고 하는 게 믿기 쉬울 정도였다.

“権能とか、ないんじゃなかったっけ?”

“これくらいはな。”

천사가 발을 옮기고 나는 그곳에 고여 있던 물을 만져 보았다. 차갑고 깨끗했다. 정말로 물이었다. 고개를 처박고 그 물을 다 마셨다. 이 사막에서 물이 솟아났다. 정말로 천사였다.

그날은 저녁도 먹지 않고 하루 종일 천사를 끌어 안고 있었다. 난 외로웠다. 지금껏.

내가 저녁을 차려 주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고 금방이라도 꺼지기 직전인 침대 위에서 덜 자란 듯한 천사의 몸을 내내 껴안고 있었는데도 천사는 아무 불평 하지 않았다. 천사는 그런 거였다.

우리는 나와 천사는 그렇게 계속 함께 지냈다. 내가 밥을 차리면 같이 먹었고 무언가를 주우러 같이 나갔고 돌아와서는 함께 씻었다. 천사는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나에게 어울려 주었다. 내가 같이 하는 편이 좋은 거라면 니노와 함께해 줄게. 그렇게 말했었다. 처음 천사를 주웠을 때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를 모르겠다.

그동안 천사는 때로 신경질적이기도 했다.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나는 가만히 받아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으니까. 천사는 금세 스스로 기분이 풀려서 나에게 사과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천사는 꼬박꼬박 미안해, 라고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천사의 입에서 나오는 ‘미안해’라는 말을 좋아했다. 언제 다시 들을 경험이 있을까 해서.

그렇지만 난

난 한순간도 천사의 의중을 알 수 없고...




천사야.

“天使ってさ、どんな味?”

“どうかな。”

“知らない?”

“ニノはさ、ちょっと…いじわる。”

“わりぃね。”

“味わってみる?”

“うんうん。”

나는 염치도 모르고 그러겠다고 했다. 천사의 턱을 잡았을 때, 어쩐지 아직 분명 덜 자란 청소년의 뼈 같아서, 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상에 나와 천사뿐인데도 나는 천사보다 죄책감을 먼저 맛봤다. 신의 자식들이라는 천사를 훔친 듯한 배덕감을 먼저 느꼈다. 난 그랬다.

무슨 맛이 날까. 달콤한 맛이 날까. 아무 맛도 나지 않을까. 아니라면 쓴맛? 사과맛. 선악과의 맛.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 무화과맛?

천사의 맨몸은 처음부터 봐왔지만 내가 입혀준 옷을 벗기는 것은 또 다른 느낌. 천사에게 키스하면서 다른 사람을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런 거, 정말 오랜만이었으니까. 천사는 숨도 안 쉬어도 되는지 내가 한참이나 입을 떼지 않아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내 쪽이 힘들어 먼저 떨어져 숨을 내쉬었다. 

빳빳하게 일어선 성기가 천사에게도 느껴졌는지 그쪽을 내려다보았다. 천사는 웃었다. 나는, 뭐가 그렇게 웃을 게 많냐고 하려다가 숨이 차서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할 줄 알았는데 어쩌면 나보다도 능숙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서스럼없었다. 천사야아... 천사야... 몸을 바짝 붙인 채로 천사는 내 성기를 만졌다. 궂은 일따위 해 본 적 없는 부드러운 손바닥이었다. 나는 자위할 때도 느껴 본 적 없는 감각에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천사는 또 웃었는데, 이번엔 조금 짓궂어 보였다. 그래서 나도 따라서 웃었다. 

신발을 찾아 주지 못해서 늘 맨발이었는데도 천사의 발바닥은 손바닥처럼 말랑했다. 다친 곳 하나 없었다. 그게 신기해서 자꾸만 쓰다듬자 천사는 그런 내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별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천사의 온몸에 침을 묻혀갔다. 천사의 배꼽을 깨물 때는 속으로 탯줄을 달고 태어난 것도 아니면서 배꼽 같은 게 있다는 게 이상하다고도 생각했다. 아까까지는 아직도 여유롭게 웃음이나 보여주던 천사는 그쯤 되자 슬슬 앓는 소리를 냈다. 하나도 싫지 않다는 듯한 신음소리였다. 

“ん……あ、あぁぁ…っ…ニノ…”

“うん。俺だよ。ここにいるよ。”

희멀건 가슴팍을 실컷 괴롭히고, 천사의 쇄골 같은 걸 또 빨아 보고, 목을 핥았다. 아담이 잘못 삼킨 사과가 있다는 울대를 내가 대신 맛봤다. 천사는 아담 같은 거랑 상관도 없을 테지만 괜히.

천사에게 좆을 쑤셔박는 거 이 세상에서 누구든 해 본 적 없을 일이지. 나는 또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딴생각 하는 것 같을 때 천사는 내 팔을 힘껏 잡아 왔다. 그럼 나는 다시 천사의 코에 입을 맞추었다. 천사에게서는 할딱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처음 보고, 처음 만지고, 처음 입맞추고, 처음 빨아 보고, 처음 섹스하는 천사라는 사실 자체가 자극이었다. 지구가 다 말라버려서 바다 조금과 사막 대부분으로 변했을 때, 앞으로는 이런 욕구 같은 게 생길 리 없을 거라고 멋대로 다짐하듯 생각했던 적 있다. 그때의 나는 이렇게 천사를 만날 줄 몰랐으니까. 천사와 섹스 같은 거 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한 적도 없으니까. 

“やっぁあ、あっ、ひっ、にっ…ぃい…っ...”

“ふ…ぅ...ああぁ…て、天使の、中、ヤバ、すげぇ美味しいぃ、うん?”

“そ、そんなの、はっ、いやぁぁ…に、にのぉ、ひっ、”

천사도 남성체의 몸이라서 달려 있는 성기는 나와 똑같았다. 내가 그것을 한번 아귀에 힘을 주고 쭉 훑으면 천사는 등을 확 굽혔다가 벌벌 떨면서 폈다. 뒤를 풀어줄 만한 것도 없어서 내가 쌌던 정액과 내가 뱉은 침 오로지 내 타액만이 전부였는데도 천사는 아파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때 사막에서 물을 보여줬을 때처럼 곧 질척이는 소리가 우리 목소리를 뒤덮을 정도였다.

“うぅ…あぁっ、ニノ、ニノ、へぇっ、ひあぁ…”

“ん?なに?”

“お、奥までぇ、はぁ、入ってきた、ううぅ…あぁ…”

“痛い?”

“ううん、いいよ、だってニノのだから、も、もっと、あ゛っ、”

문득 콘돔 같은 거, 있을 리 없으니 하지도 못했다는 걸 떠올렸다. 천사는 남자 몸이긴 했지만 천사니까. 난 천사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곳에 성기를 쑤셔주면서 속으로, 천사도 임신 같은 거 할까, 하고 생각했다. 만약 진짜로 아기가 생기면 그거, 예수일까, 하고.... 반대로 너무 불온해서 악마 새끼가 튀어나올지도 몰라, 하면서.

“うぅ…ニノ、にのぉ、い、いゃぁ、ふぅうん…”

“うん?もっと?”

“ちがうぅ…ひぃ、イキたい…”

“イっていいよ”

“は、はっ、い、一緒がいい…”

“うんわかった。一緒にイこうね?”

투박하고 거칠거칠한 손마디에 감기는 천사는 다 전부 매끈하고 따뜻했다. 천사의 것을 쥐고 함께 움직이면서 속도를 올려갔다. 마지막엔 천사가 먼저 싸버리면서 안에 힘을 줘버리는 탓에 난 빠져나오지 못했다. 두 명분 정액이 질질 흘렀다. 매트리스를 조악하게 덮어 뒀던 시트, 버려야 했다.

천사는 말이지. 알 수 없는 맛이 났다.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는 맛.

잔뜩 지친 천사를 일으켜 씻기고 소파에 앉혔다. 나는 그 바닥에 앉아서 천사의 무릎에 뺨을 대고 있었다. 무릎뼈가 불툭 튀어 나와 있었다. 난 그것조차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俺はな。裏切り者なんだよ。”

“誰を裏切ったの?”

“キャンプの人たち。みんなを裏切って、逃げた。だからここにいるんだよ、俺ひとりで…”

“わたしといるから大丈夫。”

“大丈夫かな。”

“うん。絶対。”

나를 달래듯 그 무릎에 기댄 나의 얼굴을 하염없이 쓰다듬어 주면서 천사는 그렇게 말했다. 난 어쩔 줄 몰랐다. 천사에게 그런 것까지 말해 버릴 생각은 없었다. 천사의 무릎은 조용히 젖어갔다. 내가 준 옷을 내가 적셔 버리고 말았다. 

그날 꿈에는 천사가 나왔다. 나는 천사와 만난 이후로 꿈을 잘 꾸지 않았다. 여태까지는 수많은 꿈을 꿨다. 그중에 제일 많았던 건 캠프의 와다 대장이 나오는 꿈이었다. 와다 대장은 나에게 식량 한 배낭을 넘겨주면서 최대한 멀리 도망가라고 했다. 도망가게 해 주겠다고 했다. 나더러 넌 배신자 같은 게 아니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와다 대장이 넘겨준 배낭을 메고 있는 힘껏 뛰면서도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모두를 배신하고 버리고 도망치는 겁쟁이에 불과하다고...

천사야.

“夢にあなた出てきた…”

“夢って、無意識の発現とも言うじゃん。 出たんだよ、わざと。”

“わざと?”

“うん。ニノが悲しそうだから…慰めてあげようと思って。”

“ふうん…そう?ありがとう。”

“慰めになった?”

“うん。すごいね、天使って。”

이렇게 대단한 천사는 스스로 떨어진 걸까. 하늘에서 버려진 걸까.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여전히 여기에 있을까. 영원히 여기에 있는다면, 내가 먼저 죽어버리는 걸까. 그런 걸까...

천사야.

“お前、なにもの?”

나는 나를 두고 천사가 떠나갈까 봐

“ほんとは天使なんかじゃないんだろ?”

일부러 못되게 말하고

“なんで俺の前に出てきたの?”

천사 탓을 하고

“どうせ全部嘘でしょ?”

거짓말 같은 건 하지 못한다던 천사를 비난했다.

“違う…違うよ。”

천사는 그런 나를 보고

“ほんと、本当なんだ。”

필사적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信じてくれ…ニノ!”

어쩌면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다고...

“本当に信じてくれないの?”

천사는 성난 내 얼굴을 마주하고서 내 이마를 확 밀었다. 나는 천사가 미는 대로 마룻바닥에 쓰러졌다.




눈을 뜨니 나는 그대로 바닥에 누워 있고 천사는 식탁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디선가 빛이 들어왔는데 역광이라 천사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천사의 뒤에 그림자가 지고 있었다. 나는 도무지 일어설 수가 없었다. 얼마나 이러고 누워 있었는지도 몰랐다. 나는 천사에게 손을 뻗었다.

천사야.

천사야.

천사야...

천사는 답해 주지 않았다. 눈을 조금 더 또렷하게 뜨자 그림자의 모양이 보였다. 그림자는 날개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눈에는 실물의 날개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날개는 그림자로만 보였다. 나는 그림자가 신기루라고 생각했다.

“ニノがあまりにも信じてくれないからさ。”

“帰るの?”

“そうしようかと。”

천사야.

천사야 떠나지마...

“行かないデ…”

“もう帰らなきゃ。わたし、ここの人ではないから。まず人間でもないし。”

나는 마룻바닥을 막 기어가서 천사가 앉아 있는 의자를 있는 힘껏 쳐냈다. 천사는 나처럼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천사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서 힘껏 끌어안았다. 가냘프게도 단단하게도 느껴지는 천사의 몸통을 놓아주고 싶지가 않았다.

천사야...

“俺も連れてってよ…俺も… 連れて行って……”

“それは駄目だよ。”

“なんで?”

“ニノは生きているから。”

“死んでもいいよ、”

“それにさ、私、そんな能力ないよ。ごめんね。”

미안해...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천사는 날개를 한 번 퍼덕였다. 여전히 보이는 건 없었지만 날개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천사를 처음 발견했을 때, 갈매기가 울던 소리가 생각난다. 그때 갈매기는 나를 비웃고 있었다. 난 확신한다. 이제 와서. 

천사는 자신을 힘껏 껴안은 나에게 한번 입맞춰주고는 다시 한 번 날갯짓했다. 그러자 내 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깃털 하나도 남겨 주지 않았다. 신발도 못 신겨준 천사는 내 옷장에서 옷을 하나 훔쳐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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