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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분할의 삶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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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엔 초대하지도 않은 손님이 떡하니 구석자리를 차지했지만 다들 별말 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이 자기 자리였던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태도에. 약간 낯가림이 있는 세나마저도, 누구냐 물은 뒤 삼촌이라는 답을 듣자 다시 얌전하게 자리로 돌아갔다. 

일단은 일주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메구미에겐 그리 말했지만 실은 어떻게 될지 사쿠라이는 알 수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찾아온 건지도 모르는데 얼마나 있을지는 더 알 길이 없지 않겠는가. 

메구미는 식사를 재개하며 니노미야에게 조금씩 말을 걸었다. 신변조사다. 사쿠라이는 나서서 변호를 해야 할지 이대로 내버려둬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 일부러 세나에게 반찬을 덜어 주었다.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어?

직업은 어떻게 돼요? 이런 질문, 초면에 묻는다면 다분히 실례이겠지만. 먼저 친척이라고 밝힌 탓에 문턱이 한껏 낮아져 있었다. 니노미야는 젓가락을 쥔 채로 엄지손가락을 뻗어 미간을 긁적이다 프리랜서예요, 라고 대답한다. 무슨 프리랜서? 칼럼니스트요. 어떤? 이것저것요. 메인은 게임인데. 누가 부탁하면 아무거나 다 써요. 메구미의 꽤나 끈질긴 심문에도 니노미야는 아랑곳않고 대답해나갔다. 그런 건 나도 몰랐어. 세나가 숟가락을 떨어트린 탓에 주우려고 허리를 숙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왜 도쿄로? 이벤트가 많잖아요. 느슨하게 등을 벽에 기댄 니노미야는 배가 다 찬 듯했다. 자리를 뜨지 않고 메구미의 계속되는 질문에 적당히 답해주고는 했다. 이미 수저를 다 내려놓은 탓에 나는 밥 먹게 내버려두라는 말도 덧붙이기 애매해졌고. 다행히도 메구미는 들이닥친 불청객에 큰 반감은 없는 듯했다. 식탁의 모두가 식사를 끝낸 듯하자 니노미야가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설거지 할까요? 하며 웃었다. 메구미는 거절하려는 듯했지만, 때 좋게 세나가 메구미를 붙들었다. 내가 메구미의 식기까지 싱크대에 가져다 두고는 돌아와 마저 식탁을 치우며, 부탁 좀 하지, 라고 말을 걸었다. 네에. 

맨손으로 해? 니노미야의 옆으로 한걸음 다가가 붙으며 그렇게 물었다. 네. 답답해서요. 손 다 틀 텐데. 상관없어요. 그래... 사쿠라이는 마지막으로 남은 컵들을 몇 개 옮겨주고는 가장 먼저 씻으러 들어갔다. 니노미야는 콧노래까지 불러 가며 설거지를 끝마쳤다.



전철과 플랫폼 사이에 발이 빠져 버리는 상상. 그걸 멈출 수가 없다. 여태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지만. 실제로 그 사이에 발이 빠져 버리거나, 휴대전화를 떨어트린다든가, 이런저런 소지품을 쏙 흘리는 그런 사람들은 분명히 있지 않은가. 전철과 플랫폼 사이. 또 엘리베이터 문 틈. 어떤 것이 더 무서운지. 엘리베이터 틈으로 휴대전화를 떨어트린다면 관계자를 불러 확인하기 전까지 상태를 모르겠지만. 철로에 떨어진 휴대전화. 그건 분명히 눈으로 볼 수 있을 테고... 

불륜 아닌 불륜을 들킬 확률과 전철과 플랫폼 사이 발이 빠질 확률. 내심 그것이 아주 닮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나는 아닐 것이라 여기지만 절대 장담할 수 없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은 충분히 존재하고.

눈앞의 초등생이 쓴 검은 모자를 보며 하염없이 그런 생각을 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아, 나도, 저런 모자를 썼었더랬지, 라는 말로 생각을 급하게 마무리하며 전철에서 내려 개찰구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아주 많이 들이닥쳤다. 같은 곳으로.

“초등학생 때 말야.”

응, 하고 네에, 하는 대답이 엇박으로 따라 들어왔다.

“다들 교복이지?”

“보통 그렇지 않나?”

“그렇죠.”

“반바지에.”

“그렇지.”

니노미야는 반바지에, 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무릎을 긁었다. 그 뒤에도 시답잖은 말이 오가는 동안 쉴새없이 다리를 만져대는 탓에 사쿠라이가 조용히 왼손을 뻗어 니노미야의 움직여대는 손을 꽉 붙잡았다. 그러자 니노미야가 사쿠라이를 돌아보았는데, 그 시선을 모른 척하듯 젓가락질을 이어갔다. 모른 척하느라 정말로 몰랐던 건. 자기를 한 번 돌아본 니노미야가 씩 웃어 주었다는 것이다. 그날도 설거지는 객식구 몫이었다. 




메구미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어른으로서 조언을 좀 주려고... 얘기 좀 하고 올게. 먼저 자고 있어. 사촌이란 핑계를 대기 잘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니노미야가 있는 손님방으로 사쿠라이는 발걸음을 옮겼다.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가서, 문을 닫고, 걸어잠그고, 혹시 모를 소리가 새어나갈까, 문 틈새를 수건으로 꽉 막았다. 니노미야는 갑작스레 방으로 들어온 사쿠라이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안경을 벗고 닫은 노트북 위에 올려 두었다. 방음 정비를 마친 사쿠라이가 뒤를 돌자 니노미야는 또 다시 한 번. 웃었다.

안 한 지 좀 되긴 했지... 그렇게 생각했다. 니노미야의 손이 사쿠라이의 뒷덜미 머리를 꽉 쥔 채였다. 무릎을 꿇은 채로, 입 안, 목구멍까지 그의 성기로 가득 차 있었다. 숨 쉴 구멍이 없어서 빠져나가고 싶은데, 아까부터 아릴 정도로 머리카락을 빠듯하게 잡고 있는 니노미야는 손에 힘을 절대 풀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목구멍을 열면 니노미야가 요령 좋게 움직여 더 깊은 곳까지 성기를 쑤셔넣었다. 마치 구강형 자위 도구를 쓰듯이 니노미야가 손을 움직였다. 목 안쪽에서 그륵, 그륵 하는 소리가 울린다.

“어떻게 해 줘야 만족하는지 말해 보라고 하고 싶긴 해요. 왜냐면. 내가 여기 온 이후로부터는 항상 그런 표정이야...”

목젖을 치며 정액이 타의로 열린 목구멍 뒤로 넘어갔다. 니노미야가 물러나자 그제야 사쿠라이는 바닥을 짚고 켁켁거렸다.

“알아서 하라고 했잖아. 맡긴다고.”

“그러니까. 난 그 알아서 하라고 하는 말이 마음에 안 들어요.”

책상을 가지런히 정리한 니노미야는 사쿠라이를 향해 그곳을 가리켰다. 한번에 알아듣지 못한 사쿠라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자, 귀찮다는 듯 한숨 비슷한 걸 한번 내뱉더니 사쿠라이의 팔뚝을 쥐어 그곳에 엎드리게 했다.

“가만히 있어요. 알겠죠? 소리도 내면 안 되고.”

아, 잠깐... 사쿠라이가 그렇게 외치려는 순간. 뻑 하는 소리와 함께 허벅지에 묵직한 타격이 찾아왔다. 무너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손을 앞으로 뻗어 책상을 꽉 붙들어야 했다. 한 번 더. 눈앞이 번쩍번쩍. 잠깐. 이건...

태초의 폭력이랑 아주 가깝잖아. 다른 점이라고 하면 그 선배와 사쿠라이는 개인적인 관계도 아니었고, 이런 목적의 폭력도 아니었고, 사쿠라이를 망가뜨리려 들지도 않았다. 그건 그저 분풀이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이건. 니노미야의 이것은.

“권태를 느꼈던 거죠? 이러지 않으면 살고 있다는 실감도 안 나고,”

힘껏 쥐어팬 허벅지를 살살 만져오는 손길이 슬플 정도로 다정했다. 너에게 바란 건 이런 게 아니야. 그러나 어쩌면 원했을 수도 있어. 그런 모순. 이런 모순을 껴안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니노미야는 사쿠라이의 잠옷 바지를 속옷과 함께 내려버리더니, 손바닥에 침을 뱉고는 구멍을 쑤시기 시작했다.

“내가 갑자기 나타나서요.”

등을 바짝 붙여 오더니 니노미야는 그의 귓가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분명 웃고 있을 거야. 사쿠라이는 고개를 책상에 콱 처박은 채로 살살 저었다. 니노미야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지금은.

아니. 그렇지 않아. 지금의 삶에 만족해. 나, 정말!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소리를 지르면 메구미가 이쪽으로 올 테고. 그럼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혈연이라고 알고 있는 메구미는 그것에 경악할 테고. 거짓말 하나에 문제가 여러가지로 늘어나 있다. 비록 사쿠라이가 시작한 거짓말은 아니더라도...

니노미야는 어디선가 꺼낸 콘돔을 뜯어 자지에 씌우고는 배려 없이 구멍에 처박기 시작했다. 사쿠라이의 이마가 책상에 미끌려 움직였다. 이미 사쿠라이의 것은 잔뜩 발기해서는, 니노미야가 움직이는대로 책상에 부딪히고 있었다. 고통! 그래...

“아니라고 못 하네.”

손을 뻗어 귓가에 흘러내리는 사쿠라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귀 뒤로 넘겨주며, 얼굴에 맺히고 있는 땀방울들도 미지근한 손바닥으로 살살 문질러 닦아주면서, 니노미야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가장 부끄러웠다.

아니라고 하고 싶어. 나 니가 없던 삶에 충분히 만족해. 그렇게 얘기하고 싶어.

그러나 할 수 없었다. 니노미야는 부들부들하게 느껴지는 섹스를 끝마치고. 멋대로 사쿠라이의 상의를 더 위로 젖혀서, 그의 등에 사정했다. 이러면 나 혼자 닦을 수 없잖아... 사쿠라이가 눈썹을 찌푸리며 궁시렁대자 니노미야는 티슈를 뽑아 닦아내고 그 사이에 빼낸 콘돔을 껴서 쓰레기통에 던졌다.

“너, 성격 못됐어.”

“이제 알았어요?”

“처음부터 알았어.”





퇴근길에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 세나 아버님. 혹시 지금 원으로 와 주실 수 있으실까요~? 어차피 가는 길인데, 웬일이지,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전달 사항이 있으려니, 하고 아무렇지 않게 다가간 곳에는 아주 익숙한 뒤통수가 서 있었다.

“아, 아버님!”

“아, 네... 무슨 일 있었나요?”

“아니, 그...”

“아. 내가 데리러 왔는데, 처음 본다고 못 데리고 가게 해서...”

“아아.”

“메구미상이 부탁해서요.”

“아하.”

“죄송해요! 저희 규칙이 그래서. 이름도 말씀해주셨는데 성도 다르고 해서요... 그런데 세나가 삼촌이라고, 먼저 말하고, 안겨서, 잠깐 놀이터에서 놀고 있겠다고 해서, 확인차 전화 드렸어요.”

“아, 괜찮아요. 삼촌이에요. 걱정하셨겠다. 죄송해요. 수고하셨어요, 들어가세요.”

“이제 갈까?”

“응!”

세나의 가방은 언제나와 같이 사쿠라이의 어깨에 걸려 있었지만. 세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덥썩 니노미야의 품에 안겼다. 어쿠쿠. 휘청이는 듯해 놀라 니노미야의 뒤를 받쳐줄 생각으로 성큼 한 발 내딛었지만, 니노미야는 금세 아무렇지도 않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어이, 세나. 삼촌이 넘어지면 너도 넘어지잖아.

자신을 뒤로 하고 먼저 걸어나가는 니노미야의 등을 보며... 사쿠라이는 괜시리 손목시계의 태엽을 감았다. 왠지 모를 불안. 등허리 언저리를 지근지근 밟아오는 듯한 그 불안.

그래.

여태까지는 그 두 개를 철저히 분리해 왔다. 결벽적으로 구분해 왔다. 그러나 그 틈새에 손가락 한마디를 밀어넣은 이 남자가 모든 걸 붕괴시킬지도 모른다는... 그런 예감에 휩싸였다.




식탁에 올라온 톤지루. 그 위에 얇게 둥둥 떠 있는 고기의 기름. 한참이나 젓가락을 들지 않고 국그릇을 쳐다보는 니노미야에게, 무슨 일이냐며 의아하게 쳐다보는 메구미. 니노미야는 금세 고개를 번쩍 들더니, 별일 아니라면서 식사를 시작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과 미팅에서.”

“그랬지.”

“의외예요. 선이라도 본 줄 알았어요.”

“왜?”

“너무 잘 맞는 것 같길래요. 보통 그런 건 조건 보고 결혼한 사람들이 그렇잖아요. 아닌가? 난 결혼을 안 해서 잘 모르겠지만...”

밥을 먹다 말고 대뜸 그렇게 물었다. 결혼식에 안 왔었나? 메구미가 의아한 듯 묻자, 니노미야는 슬쩍 웃으면서, 그땐 제가 해외에 있어서 일본에 날짜 맞춰 못 들어왔었어요, 라고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술술 거짓말을 내뱉는 것이었다.

세나랑은 언제 그렇게 친해졌지. 가능성은 무한히 있다. 내가 없는 시간, 그는 쫓겨나지 않을 궁리를 하겠지. 쫓겨난다고 하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이 집에 오래 눌러붙어 있는 걸, 메구미가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이 집에 아주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는 의도.

“세나는 삼촌 어때?”

“삼촌? 좋은데... 잘 놀아주고...”

“봐요.”

그렇지이~? 니노미야는 고개를 쭉 빼서, 세나에게 개구진 표정을 하고 씩 웃어주었다. 세나도 그를 따라 웃었다. 더없이 행복하고 화목하고 즐거워 보이는 모습인데. 난 왜 그걸 이렇게 견디기 힘들까. 그래, 지금은 마음에 양심의 삼각형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다. 그 삼각형 모서리에 끝도 없이 찔리고 있다, 나는...





역 근처 파칭코에서 터덜터덜 걸어나오는 모습을 떡하니 마주치고. 사쿠라이는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팔뚝을 쥐어 구석으로 잡아당겼다.

“너 여기서 뭐 해!”

“보면 몰라요?”

“집 근처에선 하지 마.”

“메구미가 보면 어쩌려고.”

“뭐 어쩌긴요. 보면 보는 거지.”

“그게 아니라,”

“뭐가요?”

“너 직업도 얘기했잖아. 그거 거짓말 아니지? 멀쩡한 직업, 맞지?”

“맞아요. 확인이 필요하면 사서 보면 되잖아, 게임 잡지.”

“그런 걸...”

“왜?”

“아냐. 가자.”

그런 거. 게임 잡지가 뭐길래 그런 거라고 말하게 될까. 글을 쓰고 돈을 받고. 그럼 엄연한 직업 아닌가. 도무지 감이 안 온다. 니노미야는 의심당한 게 기분이 나빴는지, 아니면 파칭코에 잔소리를 들은 게 별로였는지, 그날은 개중에 특히 가혹했다. 하마터면 무릎을 꿇은 채로 손바닥을 모은 채 제발 적당히 해 달라고 부탁해 버릴 뻔했다.

그날 이후. 사쿠라이는 몰래 니노미야의 이름을 구글에 검색했다. 그의 이름으로 된 기사들이 몇 개 상단에 올라왔다. 기고된 사이트들은 대개 같았지만 전부 겹치지는 않았다. 차마 당월호 잡지를 사러 가기에 괜시리 민망해지는 바람에. 일단 어떤 글을 쓰는지라도 보려고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당최 알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당연했다. 사쿠라이는 게임이랑과는 거리가 멀었고. 해 본 게임이라고 해 봤자, 축구를 했었으니까 친구들이 모이면 같이 했던 위닝 일레븐이라든가. 마리오 파티나 카트라든가. 그런 유명한 게임들밖에 없었다. 니노미야가 화두에 올리는 게임들은 오래된 고전의 연작에서 발견해낸 특징에 대한 칼럼이라든지. 동인 게임 플레이 리뷰를 하나에 모은 게시글이라든가. 최신작 리뷰라든지. 그가 말했듯 정말 가리지 않고 들어오는 게 있으면 다 써내버리는 듯했다.

멀쩡한 직업이 있고, 나에게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기에 의심은 덜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니노미야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불안감은 줄어들지를 않았다. 알지. 운전하다 보면 차 유리에 돌이 찍히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그 찍힘을 방치하면 어느 순간 금이 쩍 하고 가 있게 된다. 나에게 니노미야가 그런 찍힘이 아닐까 하고. 어디서 날아온지도 모르는, 도로 위에서 마주치고 훌쩍 떠나간 조그만 돌조각이 아닐까 해서. 내버려뒀다가, 금이 가 버릴까 봐....





메구미가 매년 있는 동창 모임에 나가는 날이고. 나가노에서 1박을 하고 온다는 탓에 세나를 장모님 댁에 맡겼다. 죄송해서 어떡하죠? 그렇게 말하자 이왕 메구미도 놀러 간 거, 서방도 혼자 놀기나 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 내용을 니노미야에게 전하자 그는 그럼 침대를 써도 되냐고 물었고. 그러자 이런 꼴이 되고 말았다.

“아, 앗, 아파, 아파...”

“아픈 거 좋아하잖아요.”

“으응... 읏, 으, 으흑, 학,”

“있잖아요. 와이프한테도 말해 보는 건 어때요?”

“뭐어, 응, 뭐를, 아아.. 앗, 아아...”

“마조히스트라는 사실을요.”

“싫, 싫어어... 거기, 이상해, 거기 만지지 마, 아앗, 응,”

싫다고 하지 말걸. 니노미야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곳을 집요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메구미와 함께 자는 침대 위에서. 다리가 아플 정도로 눌린 채로 벌어져서 도무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일부러 조금 모자라게 썼는지. 구멍이 충분히 젖은 느낌이 없었다. 뻑뻑한 채로 움직이기 힘들었는지, 니노미야는 침을 뱉어 접합부에 문질렀다.

전부 말해버려요.

숨기고 사는 건 어렵죠? 그래요...

거짓말하는 것도 싫어하잖아요.

당신이 숨기고 있는 그거요. 그 두 개를 통합시킬 이유는 딱히 어디에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벽적으로 분리해둘 이유도 없죠.

얘기해 봐요.

얘기해 봐요...

마치 악마가 부추기는 듯한 속삭임. 사쿠라이는 그게 듣기 싫어 고개를 매트에 처박고 부볐다. 예상했다는 반응인지 니노미야는 신경도 쓰지 않고 추삽질을 계속했다. 민감해진 탓에 콘돔 특유의 미끄러운 느낌조차도 거슬린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 일부러 거의 끝까지 허리를 물려 자지를 빼내듯이 했다가, 일순 힘을 줘 처박는 식으로. 그렇게 치받히니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 들어 자기도 모르게 헛구역질이 섞인 신음을 내뱉었다. 사쿠라이의 성기는 이미 한계라는 듯 만져주지도 않았는데 정액을 질질 싸질러내고 있었다.

“혹시 모르죠. 메구미상, 도S일지도. 그것도 아니면, 그건 나한테 일임해버릴 수도 있고요.”

“시끄러워... 그럴 리 없잖아!”

니노미야가 고개를 푹 숙여 시트에 얼굴을 비비고 있는 사쿠라이의 귓가에 그렇게 말했다. 버럭 화를 내듯 대답했는데, 니노미야가 체중을 실어 본인을 누르고 있는 탓에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왜 확신해요? 메구미상은, 숨기는 게 없을 것 같아서?”

“아냐,”

“자기는 한참이나 숨겼으면서. 지금도 거짓말하고 있으면서. 반대 경우는 생각 못하네. 만약 메구미상이 뭔가 고백해오면 어쩔 거예요? 예를 들면 애인이라든가. 오늘도 사실은 그 모임이 아닐 수도 있죠. 나가노에서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시끄러워! 그렇게 말하지 마...”

“그럴 땐 어떻게 할 거예요? 네?”

고관절이 아플 정도로 다리를 벌려내고, 온몸으로 체중을 실어 사쿠라이를 누르고 있는 니노미야는 대답을 종용하듯 상체를 더 붙여왔는데, 그 탓에 니노미야의 성기 끝이 결장을 압박하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사쿠라이는 손을 내려 그 어드메를 더듬어 보려고 했지만 니노미야의 어느 쪽인지 모를 손에 붙잡혀 실패했다.

“시끄럽다고 했잖아...!”

“피하지 말고요. 만약이라고 했잖아요. 메구미상은 반대로 쇼상한테 이런 말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 것 같아요?”

그런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어. 결혼할 땐, 내가 이랬던 것, 다 고쳐질 줄 알았어. 결혼하고, 세나를 낳고서,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고. 그때 그냥 착각한 거라고 치부해 버렸어. 나 젊었을 때니까, 그런 자극에 약해서 저질러버린 거라고, 어렸을 땐 그럴 수 있다고...

결혼했다고 해서 과거에 있던 일까지 다 털어놓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나 범죄자도 아닌걸. 충분히 숨기고 살 수 있었어. 그런데 니가.....

이라고 중얼중얼 읊는 동안 니노미야는 그 말을 가만히 들으면서, 사쿠라이의 자지를 만져 주었다. 이젠 축축해서 발기도 잘 되지 않고 있는 사쿠라이의 자지를.

거짓말이다. 실은 생각해 본 적 있다. 메구미와 사귀게 되었을 땐, 여느 사람들과 같이 자연스럽게 끝이 찾아오리라 생각했다. 연애는 길거나 짧거나 했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었다.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사쿠라이에게 질린 사람들이 먼저 떠나가거나, 다른 사람들과 바람이 나거나, 사쿠라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사쿠라이를 좋아했지만서도, 사귀게 되면, 어쩐지 재미가 없다며 헤어지자는 말을 건네오고는 했다. 이렇게도 수동적으로.

그렇지만 메구미와는 그렇지 않았다. 메구미가 먼저 취직하고, 지금의 회사에 내정되고, 졸업하고,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가 다섯 번이 넘었을 때. 슬슬 결혼할까? 메구미가 그렇게 운을 띄웠다. 생각해 보면 이때조차도 난 이렇게까지 수동적이었다. 나는 고분고분 반지를 사서 프로포즈하고. 양가 부모님과 만나 인사하고. 혼인신고를 한 뒤, 인가 친척과 친구들을 서로 불러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은 여행사를 끼지 않고 직접 내가 플랜을 세운 탓에 첫날부터 메구미와 잔뜩 싸웠다가, 어영부영 친구들에게 수소문해 맛집을 알아내 수발을 들듯이 하며 해결했고. 그때 결혼을 실감했다.

신혼집을 찾고, 가구를 들이고 가전을 들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나가 생기고, 메구미는 육아 휴직을 했으며. 복귀하지 않고 그대로 퇴직해버렸다. 세나는 그 사이 크게 아프지도 않고, 착하고 예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염성 있는, 둘도 없는 우리 딸로 잘만 커 주고 있다.

그런데 내가 만난 건, 이 니노미야 카즈나리라는 남자....

이 남자가 가져온 모든 것, 눈을 질끈 감고. 무시해버리려고... 무시하려고 하지만. 도무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니노미야가 귀염성 있는 얼굴로 자신의 앞에 가만히 서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내 가슴팍을 다 열어젖혀 모든 걸 보여주고, 털어놓아야 할 것 같은 충동에 시달렸다. 나는 나의 마조히즘적 성격이 나의 모든 게 아니라고 생각해왔고. 여태까지 그렇게 취급해왔지만. 그를 만나고는 그런 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그가 주는 만족감. 그건 절대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건 확실히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쾌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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