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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쁘게 생각되겠지만 나는 그 뒤로 일부러 할 일 없이 병원에 들락거렸다. 일주일 내내 붙박여 있으면 누구든 불신자로 의심할 테니, 주마다 요일을 다르게 해서, 좀 아픈 사람인 척하면서. 이유는 오로지 하나였다. 사쿠라이 쇼라는 남자와 독대할 수 있는 기회를 낚아채기 위해서. 그러나 그게 한 달쯤 지속되어도 머리털 하나 보지 못하자, 나는 슬슬 이런 행위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날은 정말 우연히 만나 버린 것뿐이고. 그가 병원을 바꿔 다닐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어디 주변에 아는 연예인 없어? 뜬금없이 그렇게 묻고 다닐 수도 없었다. 이 나이 먹도록 연예인에 관심을 가졌던 건 단 두 번 정도. 나머지는 그냥저냥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면서 얻게 된 지식뿐이지. 내가 알려고 한 적은 없었다. 주변인들도 내가 그런 것보다는 게임에 더 집중하는 히키코모리에 가깝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나인데. 그런 내가. 집에 돌아가는 전철에서는 우선 위키피디아를 읽었다. 결혼을 발표한 지 얼마 안 되어 편집 상태가 난잡했다. 정보를 대충 습득하고 나서는, 그의 작품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고른 작품은 이시카와와 처음 만났다고 했던 축구 드라마였다. 내용은 그저 그랬다. 애초에 축구에는 별로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선수들 얘기가 직접적으로 인용돼도 그게 그 얘기인 줄도 몰랐고, 규칙도 대충 그러려니 하면서 틀어놓은 것뿐이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조금 애매한 위치에 있었는데. 부상 때문에 조기 하차처럼 보이다가, 후반부 팀워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쥐고 등장했다. 그 장면이 어련히도 잘 빠져서인지.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자주 뜨는 영상이기도 했다. 난 그가 뒤에서 거세게 태클을 당해 발목을 붙잡아 괴로워하다가, 부축받아 필드를 떠나는 장면만을 세 번 정도 되돌려 보았다. 이시카와에겐 어떤 조언을 들었는지 모르겠고.
그 다음은 당연하게도 데뷔작을 재생하려고 했는데, 그의 아역 시절이 제법 화려한 탓에 데뷔작은 쉽게 튀어나왔지만, 그야말로 누군가의 아들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뿐이어서 2배속을 걸어 재생했다. 어렸을 적 작품을 보는 건 나중 일로 해도 될 것 같다는 직감에, 재생한 것은 그가 어느 시상식에서인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나조차도 이름을 몇 번 들어본 적 있는 감독의 작품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정말로 열심이었다. 그런 말이 맨 처음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그의 분량이었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마다 힘들어 보일 정도로 열량을 쓰고 있었다. 그의 캐릭터가 정장에 셔츠 차림으로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어린 여자 아이를 찾아 헤매는 장면이 불필요하게 길다고 생각한 순간. 어딘가에 가만히 앉아 먼곳을 보는 아이를 발견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달려가지도 못하고, 빗물이 가득 들어찬 구둣발로 천천히 걸어가, 그 아이의 옆에 앉는 시퀀스가 등장했다. 원테이크에 노골적으로 사쿠라이를 담고 있었다. 그는 아이가 보는 곳을 같이 바라보다가. 아이의 양 팔을 거세게 붙잡고 자기 쪽으로 돌린 뒤, ‘왜 그랬어? 도대체? 왜? 도망친 거야? 그럼 아예 못 찾을 곳으로 가 버리지 그랬어. 더 멀리 가 버리지 그랬어. 왜 이렇게 찾기 쉬운 곳에 가만히 있는 거야? 왜 그랬어? 내가 싫어서? ... 제발! 제발 말을 해... 제발... 아무 말 하지 않으면 모르잖아, 너만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닌데, 먼저 도망쳐버리면, 남은 나는? 난 어떡했어야 하는데? 응? 나도 도망치고 싶어! 나도...’ 하고 눈을 마주치면서, 얼굴에 빗물이 잔뜩 흐르는 탓에 눈물을 흘리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그렇게 외쳤다. 그런 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바지에 손을 닦은 뒤 어린이의 얼굴을 손으로 훑어 빗물을 털어낸 뒤, 일어나 손을 잡고 돌아가버렸다. 그 뒤로도 여러 장면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그 어린이는 그가 맡은 캐릭터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해가 되진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 어린이에게 저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잖아. 그러나 난 어쩔 수 없이 그 장면을 돌려보다가 발기한 탓에 자위하고 말았다. 티슈를 모아 버리면서. 이제 병원엔 들르지 않기로 결심하고도 미련이 생긴 탓에, 딱 한 번만 다시 가 보기로 한다.
그러나 사쿠라이를 다시 만나게 된 건 병원 어딘가도, 화장실도 아니고, 병원 건물에 딸린 편의점에서였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튀어나온 탓에, 단팥빵에 커피 얼음컵을 쥐고 있었는데, 좁은 통로를 지나가던 그가 가만히 서 있다가, 나를 보더니,
“커피에 단팥빵. 우유가 아니네요?” 하고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나는 그가 먼저 아는 척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한 적이 없어서, 얼음컵을 너무 세게 쥐어 포장 씰이 압력으로 튿어질 뻔했다. 그를 돌아보자, 첫만남과는 다르게 상쾌하게 웃고 있었다. 모자도 마스크도 없었다. 웬일인지 편의점엔 사람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검지손가락으로 나 자신을 가리키면서 고개를 살짝 숙이자, 그는 그렇다는 듯 끄덕였다.
내가 먼저 계산을 마치고 커피 머신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는 웬일인지 나의 곁으로 따라왔다. 뭔가를 이것저것 많이 샀는지, 비닐봉투를 들고 있었다. 그 속에서 블루베리스무디 컵을 꺼내 스무디 기계에 바코드를 찍고 집어넣고 내 옆에 서서 그것을 기다렸다. 난 그걸 쳐다보느라 내 커피 머신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도 몰랐다.
“커피 다 나왔어요.”
“아, 아. 네. 아. 죄송.”
“형사님이에요?”
“네? 아니요? 웬 형사...”
“뭔가 단팥빵엔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드라마에서만 그런가? 난 단팥빵에 우유라고 생각해서요...”
그렇게 말한 뒤 그는 비닐봉투에 다시 손을 집어넣고, 작은 팩의 우유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그걸 나도 모르게 받아들은 뒤, 자켓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었다.
“그리고 요 한 달. 나 찾으러 병원에 계속 왔잖아요.”
“에?”
“그래서. 주간지 기자인가, 했죠. 근데 그렇게 생기지도 않았구. 주간지 기자라면 그렇게 티나게 날 따라다니지도 않을 거고.”
“어떻게...”
“저요, 날 몰래 따라다니는 사람들과 30년 넘게 지내왔어요. 그정도는 금방 알아채요. 피부로요.”
“아, 그게... 정말 죄송합니다. 아실 줄 모르고.”
“근데 오늘 단팥빵을 들고 있는데 뭔가 형사라고 한다면 어울릴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아니라면 미안해요.”
“아, 저야말로... 스토킹을 해버려서. 이거 참.”
그는 나에게 거리낌없이 얘기를 해 나가면서, 스무디를 꺼내 뚜껑을 닫고 빨대를 꽂고 병원과 연결된 쪽 문으로 걸어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갔다.
“근데 괜찮아요? 안 가려도?”
“괜찮아요. 그땐 남편이랑 있었으니까.”
“오늘은?”
“병문안.”
에스컬레이터에 먼저 올라서서, 나를 향해 뒤돈 사쿠라이가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난 단팥빵을 먹을 타이밍을 차마 잡지 못해서 그것도 자켓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병원 로비 아무 테이블에 앉은 사쿠라이는 같은 테이블에 앉으라는 듯 고갯짓했다. 난 그게 참 희한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뭐랄까. 고압적이진 않은데 자기 말을 따르지 않을 거라고는 의심하지 않는 듯한 식의.
“오늘도 나 찾으러?”
“맹세컨대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잘됐네요. 만났으니까 마지막인 거예요?”
그는 물기가 줄어든 블루베리스무디를 빨대로 휘적여 부드럽게 하면서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아니, 전후관계가 반대라고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만난 거죠.”
“헤에. 스토커 치고 뻔뻔하네요.”
“신고 안 했잖아요? 그럼 스토커 아니죠.”
“나한테 얼마나 많은 스토커가 있었게요. 그거 다 신고하면 전화통에 불나요.”
사쿠라이는 약간 개구지게 웃으며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그날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요. 그래서 찾았어요. 근데 연락처 같은 거 모르잖아요. 연예인이니까 병원에 물어도 안 알려 줄 테고. 어쩔 수 없었어요. 그 스토킹.”
나는 얼음이 녹아 커피를 연하게 만들기 전에 미리 커피를 다 마셔 버렸다. 따지자면 난 그저 앉아서 그가 스무디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뿐이었다. 빨대 소리가 시끄러운 병원들의 소음에 뒤섞여간다.
“내가요?”
“네. 장난 아니었는데요.”
“근데 왜 신경을 써요?”
“그야...”
“내가 그런 말을 해서? 아님 단순히 알파 대 오메가로?”
아까도 느꼈지만. 말에 거침이 없었다. 누가 들을지도 모르는데 사쿠라이는 얼굴을 하나도 가리지 않은 채로 일반인인 나와 마주하고서는 그런 말을 내뱉었다. 괜시리 내가 쭈그러든 자세를 하고 주변을 살피자, 사쿠라이는 웃으며 손을 내저어 나를 말리듯이 하다가 팔짱을 꼈다.
“아무한테도 보여 준 적 없는데.”
“네?”
“그런 모습요. 남편한테도. 전에 만났던 사람들한테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도. 하물며 가족한테도.”
“그런 모습?”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는 건 나밖에 없는 거예요?”
“아아.”
“되게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네. 나는요. 지금 당신 이름도 모르거든요. 넘겨짚은 직업도 두 개 다 틀렸고. 불공평하잖아요?”
“뭐. 그건 명함을 드리면 되니까요. 말씀하시지. 아는 줄 알았네.”
나는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개중 제일 빳빳하고 깨끗한 명함 하나를 꺼내 건넸다.
“카즈야?”
“카즈나리입니다. 다음 명함을 뽑을 땐 그냥 요미가나도 써 놓을까 봐요. 하도 물어들 보길래.”
“그것도 나쁘지 않죠. 으응. 전혀 아무것도 상관 없는 직업이었네.”
“네에. 미안하게 됐어요. 단팥빵에 우유 먹는데 형사도 아니고 기자도 아니라서.”
이때다 싶어서 주머니에서 그가 건네준 팩우유와 단팥빵을 꺼냈다. 눈썹을 까딱여 지금 이 자리에서 먹어도 되겠냐는 무언의 허가를 구하자 아까 전과 같이 턱을 살짝 내려 허락해 주었다. 나 밥 먹는 것도 이 나이 먹고 허락을 맡아야 하는 건가.
내가 빵과 우유를 먹는 동안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뭔가를 먹고 있는 나를 배려해서 일부러 말을 걸지 않은 건지, 아님 생각에 잠긴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나의 명함을 자꾸만 쓰다듬으면서.
쓰레기를 주섬주섬 정리하자 다 먹었냐는 물음이 돌아왔다. 네. 그럼 가요. 근처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모아 버리고 나서는, 내가 발걸음을 주저하는 것 같자 사쿠라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마치 왜 따라오지 않냐는 듯이. 나는 같이 가느냐고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당신을 기다리지 않았을 거라면서. 괜히 궁시렁대면서 그의 뒤를 쫓았다. 구석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게 높게 올라갔다. 난 이렇게 높은 층에도 병실이 있는 줄은 몰랐다.
사쿠라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데스크의 간호사는 얼굴을 확인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가 여기 오는 것이 일상 같은 일인 듯했다. 옆에서 그의 얼굴을 가만히 보는데 뺨이 살짝 굳어 있었다. 병실엔 사쿠라이의 아버지가 누워 있었다.
저 왔어요. 그러냐. 오늘은 좀 어때요? 늘 그렇지. 나는 자기소개를 하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애매하게 끼어서는 쭈뼛대고만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나에게 관심도 주지 않았다. 무리하시지 말라니까. 그래도 그렇지. 결혼식 아니냐. 안 오셔도 됐는데요. 형식적인 거잖아요. 아들놈 결혼식에 안 가는 부모가 어디 있어? 그러니까! 아픈 사람이 왜 오냐고요. 참.
부자간의 흔한 말다툼처럼 느껴졌다. 난 벽에 기대서 그 지겨운 대화가 언제 끝나는지나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가 피우고 싶다. 내가 움직이는 기색이 보이자, 사쿠라이는 몸까지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난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들어보이며, 동시에 고개를 숙이고 병실 밖으로 빠져나와 흡연실로 향했다.
생각보다 까칠하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부싯돌을 젖혔다. 높은 층 흡연실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었고 재떨이에 꽁초도 얼마 없었다. 아픈 사람들이 피우진 않을 테고. 이 뒤는 어떡하면 좋을까,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염없이 하고 있었더니, 사쿠라이가 흡연실 문을 열어젖혔다.
“에. 병문안 끝났어요?”
“응. 또 싸워서...”
그는 말문을 흐리며 아이코스를 예열했다. 난 그의 템포에 맞춰 주기 위해 한대 더 꺼내 물었다.
“왜 싸웠는데요?”
“흐흥. 두 번째 만나면서 벌써 가족사에도 관련하려구.”
“궁금하잖아요. 일부러 데려와 놓고서는.”
“그래요? 궁금하면 말해 주고.”
“네. 궁금하다고 했잖아요.”
“아버지가 자기 아직 건강할 때, 뭐, 지금도 건강한 편에 속하는 건 아닌데, 암튼, 의식이 오락가락하기 전에는, 손주가 보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쫌 급하게 결혼해 버렸는데... 저어... 하여튼. 그게에...”
말해 준다고 한 사람 치고 머뭇대는 것 같길래 곤란한 내용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려고 했는데. 그가 이어서 말을 시작했다.
“남편이랑요. 주기를 맞춰도 아기가 생긴 적 없거든요. 물론. 내가 콘돔 없으면 하기 싫다고 한 것도 있긴 한데... 결혼하고선 안 그랬는데 아무튼 영 아닌 거라서. 그날도 그래서 온 거예요. 상태가 안 좋았던 건 뭐 이것저것... 검사하느라고 약을 맞아서... 아무튼... 이건 상관없고. 검사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나한테만 몰래 말해준 게. 남편이 아이를 갖기 힘든 상태라는 거예요. 그래서 왜냐고 했더니. 이전에 각인했던 사람이랑 잘 끊어지지 않은 듯해서, 나랑 한 각인도 불안정하고, 그 사람도 사실은 알파로는 쳐주기도 어렵다고. 그래서 안 생긴다는 거를. 근데 그거를 어떻게 말해요. 그냥.”
난 너무 과한 정보를 한번에 받아들인 탓에 재를 터는 것도 까먹어버리고 말았다. 사쿠라이가 말을 끝내고 아이코스를 다시 물자 그때서야 손이 뜨뜻한 걸 알았다.
그래. 내가 맞지 않는다고 했잖아. 난 속으로 갓츠 포즈를 지었다. 내가 느낀 게 정답이었잖아.
“난 알았는데.”
“뭘?”
“둘이 안 맞는 거요. 그때 알았는데, 화장실에서. 두 번째.”
“무슨 소리야... 두 번째?”
“그날 화장실에서 섹스하려다 말았잖아요? 그때 밖에서 손 씻던 거 나거든요.”
“그런 걸 엿들어.”
“저기요. 엿듣다니... 말이 심하네. 그쪽이 들리게 말을 했으니까 그렇죠.”
“그래서요?”
동시에 꽁초를 재떨이에 버리면서 나는 먼저 흡연실 문쪽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가려는 사쿠라이를 막고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나랑 하면?”
“무슨 뜻?”
“나랑 섹스해 보면 되는 거 아니에요?”
“이거 성희롱이야.”
“그때 나보고 페로몬이 어쩌구 저쩌구. 그랬잖아요? 근데 의사는 나더러 별 의미 없는 알파랬거든요. 그럼 시도해 볼 가치 있는 거 아닌가.”
“뭘 시도해. 너 내 남편이야?”
“그럼? 아픈 아버지 부탁을 무시할 거예요?”
“그런 거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잖아!”
“쉬이... 사람 지나가면 어떡해요?”
난 일부러 과장스럽게 검지손가락을 들어 입에 갖다대면서 사쿠라이를 조용히 시켰다. 그는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갑작스레 몸을 굳혔다.
“안 들어줄 성격 아닌 거 알아요. 아버지 아프니까 오지 말라고 했으면서, 결국엔 오는 거 못 막았죠. 아버지 한 고집 하시잖아요. 딱 보니까 알겠던데.”
“그래서.......”
“아까 말했죠. 그런 추태 아무한테도 보여 준 적 없다고. 그거, 술에 취해서 토한 것도 포함?”
“추태라고 한 적 없어! ... 아니야. 나 남이랑 있는 장소에서는 그렇게까지 취하지 않아.”
“그러니까. 화장실에서 그러고 있는 거 본 게 나뿐이잖아요. 그런 사연? 가족사? 난 묻지도 않았는데 구구절절 보여주면서 설명한 것도 그쪽이고요. 난 돈도 요구 안 해요. 도와준다는 것뿐이라니까요.”
“이러려고...?”
“뭘 이러려고예요?”
“연예인이랑... 오메가라고 공표한 남자 연예인, 얼마 있지도 않은데, 마주친 게 나라서, 오메가랑 섹스해 보려고, 나 스토킹했어?”
“뭐하러 그런 귀찮은 짓을 해요? 그냥 다시 만나고 싶어서 그랬어요.”
“그럼?”
“순수하게 제안이요. 내가 도와준다고요. 유전자검사는 그쪽이 어떻게든 해봐요. 어차피 당신 닮으면 아무 상관 없는 거고. 뭐 확률이지만.”
아직도 나는 흡연실 문을 막고 있었지만, 사쿠라이는 괜히 고민에 빠진 듯 아까 전처럼 나를 밀어낼 기색은 없었다. 나는 속으로 기분 나쁘게 웃었다. 이건 내가 이긴 싸움이야. 왜냐하면, 먼저 패를 다 까 버렸잖아, 당신이.
“정말?”
“정말.”
“하아... 앗. 아. 닿는다, 이빨,”
“으으응.. 야. 움직이지 마...”
“그르면 이를 세우지 말아요. 내 소중한 자지인데. 근데 여기 정말 사람 안 오는 거 맞아요?”
“응.”
높은 층 병동 화장실 마지막칸에 사쿠라이를 끌고 들어간 나는 그를 무릎꿇리기 전에 자켓을 벗어 바닥에 깔아 주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역시 화장실이 깨끗해서 다행이었다. 사실 나는 그가 임신이니 각인이니 떠들고 있을 때부터 발기해 있어서 참느라 고생했다.
그에게선 정말 좋은 냄새가 난다. 내가 허리를 움직여 그의 목에 성기를 쑤실 때마다 그 냄새가 자꾸만 퍼진다. 사쿠라이가 손을 뻗어 나의 허벅지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나는 그것보다 먼저 그의 뒤통수를 잡았다. 예상하지 못한 듯 그의 눈이 한참이나 커졌다. 그런 뒤, 그만하라는 표정으로 나를 밀어냈지만, 난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자지로 그의 따뜻하고 축축한 구강 내 점막을 느끼는 데에 신경을 집중하고야 말았다.
“아아...”
엄청나게 느낌 좋다. 사쿠라이를 반찬으로 자위하던 거랑은 차원이 다르게. 그가 내 자지를 빨아 줄 일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다. ... 사실 꿈에 사쿠라이가 한 번 나온 적은 있는데. 그땐 전혀 이런 게 아니었으니까.
내가 멋대로 허리를 움직이자 그의 볼이 불룩하게 튀어나왔다가 홀쭉해졌다가 했다. 일부러 조금 놀리듯이 굴고 있는데도, 그는 나를 구토반사로 인해 눈물 어린 눈을 하고 나를 올려다보기만 할 뿐, 행위에 충실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입안이 좁았다. 자꾸만 이가 닿아, 내가 아아, 하며 일부러 큰 소리를 내자, 사쿠라이는 미안하다는 듯이 더 성실하게 봉사했다.
내 허벅지에 아직도 올라온 채로, 금방이라도 나를 밀어낼 태세를 취하고 있는 그의 손을 잡아서 성기의 남는 부분에 올려주었다.
“남편이랑 할 땐 입으로 해 준 적 없었어요?”
“있어...”
“하아... 역시... 그치만 진짜 못하네요...”
“으응?”
“아니.. 아무것도... 손도 써서 해 줘요. 응?”
내가 조금 불평한 것을, 침이 흐르는 걸 막느냐고 질척한 소리를 내는 탓에 듣지 못했는지, 다시 나를 올려다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말을 했는지 묻는 거다. 난 뻔한 거짓말을 하면서 그에게 구강 성교의 열심을 재촉하고 있었다.
사쿠라이는, 한 손은 나의 허벅지, 한 손은 나의 자지 밑둥과 고환, 입으로는 자지를 빨아주면서, 왠지 모르게 기뻐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봤던 사쿠라이의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작품의 키스신을 떠올리는 탓에, 생각한 것보다 일찍 사정감이 몰려왔다.
그의 손을 밀어내고, 뒤통수를 잡은 채로, 천천히 성기를 그의 구강 안에 가득 차게 했다. 아아. 체온이 높은지, 입안이 대단히 따뜻했다. 혀가 자지를 밀어내려고 하고 있는 걸 무시하고 일부러 힘을 줘서 목젖에 닿을 정도까지 쑤셔넣었다. 사쿠라이의 코끝에 음모가 눌리고 있다. 그렇게 몇번 왕복운동을 하고는, 적당한 위치에 사정했다. 타이밍을 잘못 재서 얼굴에 싸버리면 뭔가 쪽팔리는 일이 될 것 같아서.
그는 말없이 손을 뻗어 내가 건네준 티슈에 정액을 뱉어내고, 그 뒤에 켁켁대면서, 함께 눈물도 닦아낸 뒤, 벌떡 일어나 나를 한 대 후려치려고 했다. 난 방금 사정한 채로 바지도 속옷도 올리지 않은 채였는데.
“왜요?!”
“너 이 씨... 하...”
“나 바지 좀 입고 말해도 돼요?”
“그래 빨리 입어. 글고 밖으로 나와.”
짜증난 듯한 얼굴을 하더니 사쿠라이는 밖으로 나가서, 입을 헹구고 있었다. 몇 번을 헹구는지 내가 벨트 구멍을 떨리는 손 탓에 세 번이나 잘못 찌른 뒤에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손을 씻고 물기를 턴 뒤, 옆에서 손을 씻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얼굴은 역시나 짜증이 잔뜩이었다. 대신 볼이 발갛게 상기돼 있고, 정리하는 걸 잊었는지, 앞머리 뒷머리 할 것 없이 제멋대로 헝클어져 있었다.
“화났어요? 왜요?”
나는 한걸음 다가가서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손으로 그의 헝클어진 머리를 처음 마주쳤을 때처럼 다듬어 주고, 차가워진 손등을 볼에 대서 홍조를 식히는 데에 일조했다.
“화난 게 아니라...”
“그럼요?”
“그렇게 할 줄 몰라서...”
아하. 내가 멋대로 자지를 목까지 처박은 일에 대해 짜증을 내고 있는 거였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어떤 여자나 남자나, 아무튼간 누구를 만나든 누구를 상대하든지 간에, 늘 그래왔기 때문에 사쿠라이가 화를 내는 지점을 정확히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으응. 그럼 다음에는. 말하고 할게요. 어땠어요? 내 자지?”
“말하고 한다고 해도... 아니. 입만으로 어떻게, 뭐를...”
“참. 걍 좋다고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그가 물기 묻은 입가와 볼을 닦아내고 나를 뒤로 한 채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 나는 남은 물기를 바지 뒷춤에 닦아내다가 그가 나를 버려두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태세에 발걸음을 빨리했다.
“도움 필요한지 잘 생각해 봐요. 그런 모습, 정말 나밖에 모르니까.”
“알아서 연락하든지 무시하든지 할 테니까 신경 끄고 있어, 변태 스토커.”
“변태 스토커라니? 말이 너무 심해.”
“맞잖아. 연예인이랑 섹스해보고 싶어서 스토킹한 거.”
“저기요. 전 연예인이라고는 로버트 레드포드... 됐다. 그래요. 나 유부남 남자 오메가 연예인이랑 너무 섹스해보고 싶어서 병원에서 스토킹했어요. 만족해요?”
“고마워. 녹음 다 했으니까 여차하면 신고해버릴게.”
“에?”
그는 휴대전화를 흔들면서,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다시 상큼하게 웃었다. 방금 전 짜증내던 건 다른 사람인 것처럼. 잘 가, 니노미야군.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1층에서 쫓아냈다. 난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채로.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는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올라오고 있을 거였다.
말하기가 무섭게 사쿠라이가 길가에 차를 잠깐 대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쓴 채로 창문을 살짝 내리고는, 또, 그 연예인의 무척이나 호감을 사는 얼굴로 웃으면서, 손을 뻗어서 내 뒤집어진 셔츠 깃 한쪽을 내려 정리해주었다. 그런 뒤 내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확 밀어버렸다.
“그럼 정말 잘 가, 니노미야군.”
“엣?”
그렇게 나는 스토킹 진술을 녹음당한 채로 사쿠라이 쇼와의 두 번째 만남, 엄밀히 말하자면 세 번째 만남을 끝맺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하염없이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지만. 그는 주가 높은 연예인답게 한참이나 문자 하나 없었다. 난 그동안 그의 다른 작품들을 반찬 삼아 자위하거나 하지 않거나 하는 일상을 보냈다. 사쿠라이의 입안을 떠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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